냉장고에 보관한 수박, 식중독 위험 있어요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은 크기가 커서 한 번에 다 먹기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잘라서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관된 수박은 세균이 최대 3000배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이 냉장고의 저온 환경에서도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중국 영상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1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거주하는 38세 여성 A씨가 냉장고에서 꺼낸 수박을 먹은 후 발열, 두통, 구토 증상을 보였습니다.
갑자기 전신에 통증이 시작되고 의식까지 흐려진 A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의료진은 A씨가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균에 뇌가 감염됐다고 진단했으며, 이후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리스테리아균은 생고기, 생우유, 치즈, 제대로 씻지 않은 채소와 과일 등을 통해 인체에 감염됩니다.
이러한 식재료를 조리할 때 사용한 칼이나 도마, 씻지 않은 손 등이 감염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리스테리아균은 0~4도의 냉장 온도에서도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수박 보관 방법에 따라 세균 증식 차이 커
A씨를 진료한 시안 다싱의원 중증의학과 류민롱 교수는 "냉장실은 안전한 금고가 아니다"라며 "육류와 유제품, 과일 채소 등 식재료를 적절하게 보관하지 않으면 리스테리아균 번식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A씨의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일 수 있지만, 여름철 먹다 남은 수박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 세균이 빠르게 증식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수박 표면에 묻어있던 세균이 칼로 자르는 과정에서 과육으로 옮겨가고, 냉장고의 낮은 온도에서도 증식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수박을 씻지 않고 반으로 자른 뒤 랩으로 싸서 7일간 냉장 보관했을 때, 랩에 닿은 표면부의 일반 세균수 최대치가 42만CFU/g으로 측정됐습니다.
이는 자른 직후의 세균수(140CFU/g)보다 약 3000배 증가한 수치로, 배탈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표면을 약 1cm 잘라낸 부분의 최대 세균수도 초기 농도의 약 583배에 달했습니다.
반면, 과육을 조각내어 밀폐용기에 보관한 경우 7일 동안의 평균 세균수는 500CFU/g으로, 이는 수박을 조각낼 당시보다 3.5배 증가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반으로 갈라 랩으로 싼 반쪽 수박 표면부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수박 안전하게 보관하고 섭취하는 방법
이러한 결과를 보면 수박을 조각내어 밀폐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세균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은 이 실험이 칼과 도마 등 조리도구를 모두 멸균하고, 일정한 냉장 온도(4도)를 유지했으며, 식중독균이 없는 냉장고 환경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이런 환경을 만들기 어려워 교차오염이 발생하기 쉽고, 실험 결과보다 더 많은 세균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박을 냉장 보관한 지 하루 만에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습니다.
수박 껍질에 남아있던 균이 과육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습니다. 수박을 부득이하게 잘라서 보관해야 할 경우, 손질 과정부터 주의가 필요합니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수박을 비롯한 멜론류 과일을 다루기 전 손을 비누로 씻고 조리도구를 소독해야 하며, 수박 표면은 과일용 솔로 전체를 문질러 씻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자른 수박은 가급적 당일에 섭취하기 ▲남은 수박은 한입 크기로 잘라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기 ▲랩으로 싼 수박은 표면을 1㎝ 이상 잘라낸 뒤 섭취하기 등을 권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한 상온에 2시간 이상 보관한 수박은 먹지 말고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