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쾌거, 박찬욱 감독 '어쩔수가없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베니스국제영화제 사무국은 경쟁 부문 '베네치아82' 초청작 21편 중 하나로 '어쩔수가없다'를 선정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후 13년 만의 쾌거입니다.
이번 초청은 지난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장편영화가 경쟁·비경쟁 전 부문에서 초청받지 못하며 위기론이 불거진 한국 영화계에 희소식이 되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고 베니스 초청까지 받고 보니 그 긴 세월 이 작품 포기하지 않길 잘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배급사 CJ ENM에 전했습니다.
그는 이전에 이 작품을 '가장 만들고 싶은 영화'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화려한 출연진과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으로 기대감 상승
'어쩔수가없다'는 회사원 민수(이병헌)가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엑스'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도끼를 뜻하는 엑스(Ax)는 은유적으로 '정리해고'를 의미합니다.
이병헌과 손예진이 부부 역할로 출연하고,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실력파 배우들의 참여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는 9월 개봉 예정이며, CJ ENM은 이날 1차 포스터와 티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2022) 이후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입니다.
앞서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2005)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비공식상인 젊은 사자상, 베스트 이노베이션상, 미래영화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국영화와 베니스영화제의 깊은 인연
베니스 영화제는 한국영화와 오랜 인연을 가진 영화제입니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가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강수연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이는 한국 영화의 3대 국제 영화제(칸·베니스·베를린) 첫 수상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가 특별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을 받았고, 김기덕 감독의 '빈집'(2004)이 은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2012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경쟁 부문 초청의 명맥이 끊겼습니다.
특히 한국 대작들이 9월의 베니스보다 앞선 5월 칸 국제영화제 출품을 늘리면서 베니스에는 오리종티·비경쟁 부문에서의 초청만 간간히 이어졌던 상황이었습니다.
한편,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노아 바움백 감독의 '제이 켈리',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 리메이크작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등도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습니다.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다음달 27일부터 9월6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일대에서 개최됩니다.
지난해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채수응 감독)가 초청된 이머시브 경쟁부문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AT랩(아트앤테크놀로지랩)에서 제작한 생성형 AI(인공지능) 기반 작품 '저녁 8시와 고양이'가 올해 공식 초청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