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보고서에 SK하이닉스 주가 급락
어제(17일) SK하이닉스 주가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리포트로 인해 또다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골드만삭스가 고대역폭메모리칩(HBM) 시장 내 경쟁 심화와 가격 하락 우려를 제기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는데요. 이로 인해 하루 만에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에서 19조 3000억 원이 증발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8.95%(2만 6500원) 급락한 26만 9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달 14일에는 30만 원에 거래를 마치며 12년 만에 '30만 닉스'라 불리는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비관론적 보고서 한 마디에 하루아침에 폭락한 것입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각각 5647억 원, 2891억 원을 순매도하며 이날 주가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11일부터 5거래일 연속으로 총 7672억 원어치를 매도했습니다.
HBM 시장 경쟁 심화와 가격 하락 우려
골드만삭스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주된 이유는 HBM 시장의 경쟁 심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부터 산업 내 경쟁이 심화되어 HBM 가격이 처음으로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한 가격 협상력도 공급사에서 고객사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골드만삭스는 "HBM과 범용 메모리 모두 수요가 양호해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추정치는 상향 조정하지만, 2026년에는 HBM 가격이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신증권 역시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 HBM 평균판매단가(ASP) 전망을 기존 2025년 대비 7% 성장에서 2025년 대비 6% 하락으로 낮췄습니다. 이는 HBM 6세대 제품인 HBM4 가격의 프리미엄 축소를 반영한 것입니다.
모건스탠리 사태의 재연 우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모건스탠리가 SK목표 주가를 53.85% 하향 조정하는 등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낸 뒤 하루 만에 SK하이닉스 주가가 6.14% 급락한 바 있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외국계 보고서 한 마디에 이러한 영향을 받을 정도로 취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5세대 제품인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3월에는 6세대 HBM4 샘플을 가장 먼저 공급했습니다.
그럼에도 가격 협상력 우려가 제기된 배경은 고객사의 HBM 세대 전환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실적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
다만 다수 전문가들은 HBM 산업 경쟁 심화가 SK하이닉스에 실질적인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SK하이닉스가 내년 HBM 물량을 확정할 때까지 주가 노이즈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 일부에서는 이달 24일 발표 예정인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고, 이후 주가도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