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하나씩 줍는 SNS 활동가, 4개월 만에 19만 팔로워 모아
지난 5월 10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특별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뉴스1은 이 특별한 모임을 조명했는데요.
이 특별한 모임에 모인 60여 명의 시민들은 집게를 들고 여름철 상습 침수 구역으로 알려진 이 지역의 배수구로 향했습니다. 배수구 뚜껑을 열자 셀 수 없이 많은 담배꽁초가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담배꽁초를 하나하나 주워 준비해 온 비닐봉지에 담았습니다. 수거한 쓰레기는 금세 50리터 종량제 봉투 서너 개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 의미 있는 모임을 주도한 사람은 회사원 브릭 씨(가명·35)입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소하는 사람'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첫 게시물의 제목은 단순하게 '시작'이었습니다.
팔로워 1명당 쓰레기 1개, 환경보호 운동의 새로운 물결
13일 뉴스1이 전한 바에 따르면 브릭 씨는 팔로워 1명이 늘 때마다 쓰레기 1개를 줍겠다는 약속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3일 기준으로 그의 팔로워 수는 19만 4000명을 넘어섰는데요. 4개월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2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것입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지, 마음 한편에는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먼저 나서니 많은 분이 공감해주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습니다"라고 브릭 씨는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쓰레기를 주웠지만, 이제는 수많은 동료가 생겼습니다.
브릭 씨는 정기적으로 쓰레기를 함께 주울 동료를 SNS를 통해 모집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길거리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릭 씨는 지금까지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게 되면 민망할 것 같습니다. 혼자 카페 가고 한강에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소중한 일상을 뺏기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짧게 답했습니다.
도시 침수 예방을 위한 배수구 청소 프로젝트
브릭 씨의 활동은 이제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것을 넘어 사회 인식 변화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가 시작한 주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침수 대비 프로젝트'인데요. 여름철 쓰레기로 막혀 도심 침수를 유발하는 배수구를 청소하자는 취지입니다.
5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경기 안양, 서울 구로·신도림·신림 지역의 쓰레기로 막힌 배수구를 하나씩 정비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배수구가 막힌 것만으로도 침수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집니다. 어차피 쓰레기를 줍는다면 '이것부터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라고 브릭 씨는 설명했습니다.
3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에 모인 팔로워들은 단순한 격려를 넘어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의 활동을 접하고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는 메시지와 인증 사진이 수시로 도착한다고 합니다.
강원 속초의 한 시민은 "좋은 영향을 받아서 언니랑 조카, 강아지랑 저녁 산책 나와 놀이터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전에는 내가 버린 게 아니라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하루 하나라도 주워보려고 합니다"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문화 만들기
브릭 씨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쓰레기를 주워도 누군가 계속 버린다면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요. "쓰레기를 주워서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자는 생각보다는 버리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문화 자체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브릭 씨는 말했습니다.
그는 쓰레기를 주우며 알게 된 이들과 함께 '침수 대비' 이후의 다음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개강 시즌인 9월부터는 대학가에서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우리가 줍는다'는 취지로 캠페인과 함께 쓰레기를 주울 예정입니다. "대학가 주변 쓰레기 대부분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버리기 때문에 '우리 학교는 우리가 잘 관리하자'는 문화를 퍼뜨리고 싶습니다"라고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