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에 속은 노부부의 안타까운 여정
말레이시아의 한 노부부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가짜 관광 영상을 보고 300km나 되는 먼 거리를 달려갔다가 허탈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말레이시아 페락 주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A씨는 SNS에 자신이 만난 한 노부부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노부부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3시간 동안 300km를 달려 페락 주까지 왔다가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이들은 호텔 체크인 후 A씨에게 '쿠악 스카이라이드'라는 케이블카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시설은 없었기에 A씨는 부부에게 "이곳은 조용한 마을일 뿐 케이블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노부부는 처음에 직원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온라인에서 "TV Rakyat"라는 채널의 여성 진행자가 페락 주의 쿠악 훌루 마을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웅장한 산 전망을 즐기는 모습과 관광객들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콘텐츠였습니다. AI 영상에 익숙지 않았던 노부부는 감쪽같은 영상에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는 노부부에게 그들이 본 영상이 AI로 만들어진 가짜라는 사실을 오랜 시간 설명해야 했습니다.
진실을 알게 된 노부부는 크게 실망하며 "왜 사람들에게 이런 짓을 할까요"라며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문제가 된 영상은 사용자들의 신고로 현재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속고 말았습니다.
말레이시아 매체 'Says'에 따르면 한 말레이시아 누리꾼의 부모님도 AI 생성 영상을 믿고 관광지에 가기 위해 밴을 빌리는 데 9,000링깃(한화 약 290만 원)을 썼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사연에 누리꾼들은 "젊은 사람들도 이런 영상을 믿는 사람이 많은데 하물며 어르신들은 어떨까. 나도 댓글을 보고 나서야 AI가 만든 영상이라는 걸 알았다", "노부부가 그렇게 먼 거리를 여행하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지에서 이번 사건은 AI 생성 콘텐츠가 실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이 정부 차원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빨리 AI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을 규제하는 구체적인 법률이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AI 관련 정책과 규제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국가 인공지능 사무소를 출범시켰습니다.
이번 사건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짜 정보의 확산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고, 그것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적절한 규제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