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승객 휠체어 미제공으로 바닥 기어 이동, 아메리칸항공 논란
미국 아메리칸항공이 장애인 승객에게 필수적인 통로용 휠체어를 제공하지 않아 해당 승객이 비행기 바닥을 기어서 이동해야 했던 사건이 SNS를 통해 알려지며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데일리 닷(Daily Do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수잔 그로브(Susan Grove)라는 여성은 틱톡을 통해 지난달 28일 자신의 딸이 비행기 통로를 기어 내려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로브는 영상과 함께 "통로용 휠체어가 끝내 오지 않아서 결국 우리 딸은 비행기에서 기어서 내려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로용 휠체어는 비행기 내부의 좁은 통로를 지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휠체어로, 미국 장애인법에 따라 모든 미국 항공사는 장애인 승객에게 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메리칸항공은 이러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그로브의 딸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위해 바닥을 기어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항공사의 부적절한 대응과 보상 논란
그로브는 "이런 일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일어나선 안 된다"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또한 "우리도 딸을 안아서 데려가려고 했지만, 딸의 몸무게가 150파운드(약 68kg)라 좁은 통로에서 옮기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상황의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이 영상은 9일 기준으로 1,800만 조회수와 120만 개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많은 누리꾼들은 "끔찍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 "공항에서 휠체어 하나 못 찾았다는 게 말이 되냐"와 같은 비판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영상을 찍을 시간에 딸을 부축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되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그로브는 후속 영상을 통해 아메리칸항공의 대응을 공개했습니다.
그로브에 따르면, 항공사에 항의 전화를 한 후 아메리칸항공 특별 지원팀이 가족 구성원 한 명당 75달러(약 10만 원)를 보상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로브는 "이 보상을 받아들일 수 없고, 상급 관리자와 직접 대화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아메리칸항공은 딸의 항공권을 환불하고 추가 마일리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아메리칸항공의 장애인 승객 대응에 관한 첫 번째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아메리칸항공에 장애인 승객 지원 지연과 부적절한 대우를 이유로 역대 최대 규모인 5천만 달러(약 686억 5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장애인 승객에게 휠체어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거나 품위 없는 대우를 했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