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우울증과 자살 위험 예측 가능해진다
국내 우울증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5~10%로 OECD 평균을 웃도는 가운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의 언어 표현만으로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예측하는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정신건강 분야에서 AI 기술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준영 교수와 노경진 교수, 한남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박수미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대형언어모델(LLM)과 텍스트 임베딩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언어 표현에서 우울 및 자살 위험을 예측하는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선례가 없는 연구다.
정신과 진단에서 환자의 '언어'는 핵심적인 요소다.
대부분의 정신과 진단은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얻은 언어적 표현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대규모 환자 개개인의 서술형 심리검사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예측한 사례가 없었다.
|AI 기반 정신건강 예측의 놀라운 정확도
연구팀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을 방문한 1064명의 환자가 응답한 문장완성검사 데이터에서 5만2000건이 넘는 서술형 문장을 수집했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최신 대형언어모델과 텍스트 임베딩 기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됐다.
분석 결과, 모든 AI 모델이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기개념'과 관련된 문항에서 AI의 예측 성능이 가장 뛰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상용 LLM이 정신건강에 특화되지 않았더라도, 특정 주제에 초점을 맞춘 언어 데이터를 활용하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경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환자의 서술적 보고를 기반으로 우울과 자살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임상 적용 가능성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정신질환과 집단으로 연구를 확장해 조기 진단과 예방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AI 기술이 정신건강 진단과 관리에 실질적으로 접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임상적·사회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AI를 활용한 조기 진단과 예방 시스템 구축에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해당 연구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 2025년 5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