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모기 물린 자국으로 들어와 살 파먹는 '괴사균' 국내 확산 조짐


전 세계 10대 감염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A군 연쇄상구균'이 국내에서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보건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 세균은 단순 인후염부터 살을 파먹는 괴사성 근막염, 심지어 치명적인 독성쇼크증후군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병원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현주 교수 연구팀이 질병청의 의뢰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분석한 국내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 실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침습 사례는 총 383건이다.


이 중 14.4%가 사망하고 11.7%는 심각한 후유 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감염자 7명 중 1명은 목숨을 잃고, 10명 중 1명 이상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특히 우려되는 점은 독성이 강한 변이 균주인 'M1UK' A군 연쇄상구균이 국내에서도 2020년과 2023년 각각 1건씩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이 변이 균주는 빠른 진행성과 높은 치사율로 전 세계 보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위험 요소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감시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관련 제도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환자 규모는 물론 유행 시기나 변이 발생 여부조차 신속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감염병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은 전수 감시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홍열, 독성쇼크증후군 등 관련 질환의 지속적인 감시와 실험실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 해외에서는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에서는 21세 여성 루시 슬로슨이 터키 휴가 중 모기에 물린 후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이 재발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녀는 피부 발진과 고열, 시력 저하를 겪었고, 검사 결과 이전에 앓았던 균 감염이 재활성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일주일간 의식을 잃었던 그녀는 회복 후에도 언어와 보행 기능을 일부 상실했다.


A군 연쇄상구균은 피부의 작은 상처나 모기 물린 부위를 통해 체내로 침투할 수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는 감염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문가들은 A군 연쇄상구균 감염 예방을 위해 외출 후 손 씻기, 상처 부위 소독, 감염자와의 접촉 회피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권고한다.


감염이 의심될 경우에는 빠른 항생제 치료가 필수적이며, 고열, 극심한 인후통, 피부 발진, 전신 쇠약감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더 이상 이 감염을 드문 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국가 차원의 상시 감시체계를 도입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증의 법정감염병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며, 체계적인 감시 및 관리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