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2일(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별세... 향년 97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어제(11일) 저녁 8시께 경기도 성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7세다. 


지난 11일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이 할머니는 피해 사실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셨던 분"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 할머니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거주해왔으나, 지난해 3월부터 건강 악화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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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단 6명.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은 95.6세에 이른다.



1928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4세였던 1942년, 일본군에 의해 중국의 위안소로 강제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도검에 찔리는 등 극심한 폭행과 성적 착취를 겪었고, 손과 발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았다. 구타 후유증으로 청력도 심각하게 저하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해방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는 중국에서 살아오다, 2000년 6월이 되어서야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증언 활동에 매진했다.


2002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강연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국외 활동을 이어갔으며, 일본의 책임을 촉구하는 데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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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이 할머니는 한·일 정부의 12·28 합의 직후 일본을 직접 찾아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시 기자들 앞에서 "우리가 걷기도 힘든데 왜 여기까지 와서 말하는지 생각해 달라"며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 발언은 이후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가장 날카롭게 드러낸 증언 중 하나로 기록됐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별세 소식을 전하며 "피해 후유증으로 오랜 병환을 겪으면서도 고통의 기억을 증언으로 승화시킨 이 할머니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또 한 분의 역사의 증인을 떠나보내 매우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의 빈소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쉴락원 경기장례식장 1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 오전 10시 예정이며, 고인의 뜻에 따라 유해는 인천 앞바다에 뿌려질 예정이다. 이는 이 할머니가 생전 "자유로운 바다가 내 고향"이라고 말하며 남긴 유언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가 차원의 애도 메시지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