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05일(월)

"최태원, 보법이 다르네"... KBS 다큐 방송 뒤 화제된 'K-메가샌드박스' 정체


대한민국 경제가 길을 헤매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인재 유출 거기에 각종 규제까지. 


구조적 한계에 갇힌 한국 산업은 이제 작은 변화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래도록 고민했다. 


사진=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수십 년 기업을 키우며 겪어온 성공과 실패, 전 세계를 돌아보며 체감한 변화의 속도. 그는 결국 결론 내렸다.


"한국 산업, 지금 필요한 건 조각 수술이 아니라 전면 개조다. 한 방에 묶어 풀어내는 '턴키(turn-key) 혁신'만이 해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턴키(turn-key) 혁신'을 제안하고 나섰다.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K-메가샌드박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해법이 아닌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12일 방영된 KBS1TV 다큐멘터리 '미래 사회로 가는 길, 메가 샌드박스'에 출연한 최 회장은 "AI가 모든 산업을 바꾸는 시점에 한국 역시 경제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KBS1


그는 지난해 12월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도 "저출생·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복합위기 속에서 개별 문제를 하나씩 푸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홀리스틱(holistic·전면적) 해법'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최 회장이 제안한 '턴키 혁신'의 핵심은 네 가지다. 취업 보장형 교육, AI 인프라 구축, 네거티브 규제 전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그것이다.


그는 "지역 대학 교육 단계부터 학생과 직업을 매칭시켜야 한다"며 "지역 내 취업을 보장해주고, 그에 맞춘 문화·생활 인프라도 함께 마련해야 청년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구축도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최 회장은 "AI는 앞으로 모든 산업의 핵심 보조 수단이 될 것"이라며 "지역 내 제조 산업, 데이터 수집, 연구 개발 등 모든 영역에 AI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1



최 회장은 무엇보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이 '이런 걸 해도 되냐'고 묻기보다, 정부가 '뭐든지 해보라'고 열어줘야 산업 경쟁력이 생긴다"며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건 다 지원해주는 열린 마음과 열린 규제가 절실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파격적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들이 글로벌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메가샌드박스 모델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곳곳에 지정된 수많은 특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최 회장의 'K-메가샌드박스' 구상은 기존 산업 정책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혁신을 위한 실험과 모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으로 떠오른 시대, 한국 경제의 다음 좌표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