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4일(수)

지뢰밭 샅샅이 뒤져 지뢰·불발탄 124개 찾아... '주머니쥐'가 생명 살렸다


지뢰를 찾는 건 군인만이 아니다. '주머니쥐'가 무려 124개의 지뢰와 불발탄을 찾아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등 외신에 따르면 7살 아프리카 주머니쥐 '로닌(Ronin)'이 역대 최다 지뢰 발견 기록인 109개를 경신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벨기에 비정부기구(NGO) 아포포(apopo) 소속 지뢰탐지 쥐 '로닌'은 2019년 8월생 수컷으로 아보카도를 좋아하고 어깨 위 타기를 즐긴다. 성격은 느긋하고 친절한 데다, 몸길이 68cm, 무게 1.17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한다. 


아포포 홈페이지 캡처


녀석은 아포포에서 화약(TNT) 등 폭발물을 찾는 훈련을 받고 2021년 8월부터 캄보디아 북부 쁘레아비히어르주(Preah Vihear province)에 배치돼 지뢰를 탐지해 왔다.


로닌은 현장 배치 후 지뢰 109개와 불발탄 15개, 도합 124개를 발견해 2022년에 세상을 떠난 아프리카 주머니쥐 '마가와'의 기록(5년간 지뢰 71개, 불발탄 38개 발견)을 약 3년 8개월 만에 넘어섰다.


아포포 홈페이지 캡처


로닌과 같은 지뢰탐지 쥐 104마리를 보유한 아포포는 녀석들을 '영웅쥐(HeroRATS)'로 칭한다.


녀석들은 지뢰뿐만 아니라 결핵을 탐지하고,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아내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X(Twitter) 'herorats'


아포포에 따르면 영웅쥐들은 폭발물 내에서 TNT를 직접 감지해, 금속 탐지기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달리 지뢰가 아닌 단순 고철을 탐지에서 제외한다.


따라서 인간이 금속탐지기로 채굴하면 최장 4일이 걸리는 테니스장 넓이의 땅에 녀석들을 투입하면 약 30분 만에 탐색을 마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녀석들은 지뢰를 터뜨리기에는 너무 가벼워서 지금까지 단 한 마리의 쥐도 지뢰로 인해 숨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포포 홈페이지 캡처


캄보디아에는 약 30년간 이어진 내전의 여파로 1,000㎢ 이상의 땅에 지뢰가 매설돼 있다. 이곳에서 지뢰를 밟고 사지를 잃은 사람만 4만 명이 넘는다.


이에 아포포는 "로닌의 중요한 작업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한 번의 실수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국내서도 아포포의 지뢰탐지 쥐를 지뢰가 매설된 비무장지대(DMZ) 등에 투입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관계기관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