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경구 피임약은 20종이 넘지만 모두 여성용이었다. 그러나 미국 연구팀이 처음으로 남성용 경구 피임약을 개발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26일(현지 시간) 의학 전문 매체 메디컬 엑스프레스(medical xpres)에 따르면, 데브라 울게무스 컬럼비아대 교수와 군다 게오르그 미네소타약대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미국 제약기업 '유어 초이스 테라퓨틱스'와 함께 남성용 먹는 피임약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공개했다.
신약 'YCT-529'는 세계 최초의 남성용 경구 피임약으로, 복용 시 남성의 정자 생산을 일시적으로 제어해 피임 효과를 낸다.
이 약은 투약 시 정자를 비활성화하고 중단하면 정상으로 되돌아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남성용 피임기구나 정관 절제술 등의 시술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정자 생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단백질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Rarα)'를 기반으로 신약을 만들었다.
유전자 발현을 인공적으로 억제해 특정 유전자의 고유 기능을 확인하는 '유전자 녹아웃(유전자 제거)' 기술을 활용해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가 남성의 정자 생성 및 배아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YCT-529는 이러한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실험에서는 실험용 수컷 생쥐 30마리에게 4주 동안 YCT-529 10밀리그램(mg)을 투여했다. 그 결과, 투여 후 정자 수가 확연히 줄었으며, 약물을 투여한 수컷 생쥐 중 절반 이상이 암컷과 짝짓기했음에도 임신에 실패했다.
이어 약물의 양을 2배로 늘려 20밀리그램을 투여한 결과, 대부분의 수컷 생쥐가 짝짓기 후에도 임신에 실패했다. 연구팀은 "100%에 가까운 생식능력 억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약물 투여를 중단하자 생식능력은 다시 회복됐다. 투여 후 8주가 지나면서 대부분의 생쥐에서 정자 생산 능력이 복구되었고, 12주차에는 거의 모든 수컷 생쥐의 생식능력이 돌아왔다.
연구팀은 또 영장류인 원숭이를 대상으로 같은 약물을 투약해 피임 효과를 확인했다. 원숭이에게서는 약물 투여 시작 후 2주 이내에 정자 수가 줄었으나,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약 10~15주가 소요됐다.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YCT-529가 인간 대상 실험에도 적합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유어 초이스 테라퓨틱스가 지난해 YCT-529의 1상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현재 두 번째 임상 시험에 돌입해 안전성과 효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게오르그 교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남성용 피임약은 남성에게도 생식에 대한 자율성을 제공한다"며 "가족 계획에 대한 책임을 보다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