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2일(토)

배 속 아기 위해서 수술 미룬 엄마...'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 주고 떠났다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이하진 씨(오른쪽)와 남편 김동인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배 속 아이를 위해 수술을 미룬 엄마가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월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이하진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2020년 뇌 속 경동맥의 끝부분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병원에서는 즉시 수술을 권했지만 당시 이씨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어 출산 후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YouTube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둘째를 출산한 이씨는 둘째가 첫돌을 맞은 지난해 12월 수술을 진행, 2주간 요양병원에서 회복 후 퇴원했다. 


하지만 퇴원 이후 독감을 심하게 앓다가 지난달 17일 새벽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상을 보여 응급 수술을 진행했으나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씨의 남편 김동인 씨는 아내가 생전 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이씨의 신장(좌·우), 장, 폐장, 심장 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YouTube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서울 종로구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활발하고 늘 적극적인 성격이었고 운전과 영화를 좋아했다. 또 자폐증이 있는 언니와 함께 자라며 늘 양보하고, 보살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가족들은 젊은 나이에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두고 떠난 이씨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남편 김씨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며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말했다. 


첫째 아들은 엄마를 향해 "엄마와 함께 마트랑 공원에 자주 놀러 갔던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차 타고 산소 갈 때 엄마 생각 많이 나요"라고 했다. 


YouTube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그러면서 "15개월 된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사랑해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하늘의 천사가 되셨을 기증자와 숭고한 결정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기증자를 통해 새 삶을 받은 다섯 명의 이식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증자를 그리워하는 남편과 아들이 쓴 마음의 편지를 담은 영상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