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임용된 지 두 달 된 초등 여교사가 교장의 갑질에 견디다 못해 유서까지 쓴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일 경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20대 교사 A씨는 지난달 31일 교사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동안 겪었던 갑질 정황들을 게재했다.
A씨는 지난 9월 1일 경남 양산의 한 초등학교에 임용된 신입 교사다. 교장의 갑질은 A씨가 처음 출근한 날부터 시작됐다.
A씨에 따르면 교장은 A씨가 학교에 옷 첫날부터 옷차림을 훑어보고는 "나는 수수한 차림도 싫고 어려 보이는 것도 싫으니 빚이라도 져서 백화점에서 옷을 사 입어라"고 했다.
이어 교장은 "요즘 애들은 선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본다"며 "예쁜 선생이면 민원도 없다"는 황당한 말을 늘어놨다.
옷차림뿐만 아니라 화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장은 눈썹 문신을 하던지 립스틱을 바르라고 강요했다.
심지어 최근 있었던 서이초 사건을 들먹이며 "우리 학교는 서이초와 환경이 비슷하다. 어쩌면 더 심할 수 있다"고 신입 교사인 A씨에게 겁을 주기도 했다.
하루는 A씨가 가르치던 반 학생에게 뺨을 맞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은 이후에도 친구들의 뺨을 때리는 등 괴롭혔다.
A씨는 문제 학생의 학부모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자 교장은 교직원 회의에서 "신규는 경험이 없어 종종 학부모 민원을 받는다"며 되레 A씨를 탓했다.
이후 문제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왔다.
처음 겪는 일에 A씨는 교무실에 도움을 청했으나 교장은 부장 교사들을 모두 데리고 별관으로 이동해 과일을 먹는 등 자리를 피했다.
교장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업 중인 A씨 교실에 무작정 들어와 칠판에 자신의 경력과 A씨 경력을 써서 비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A씨의 경력이 짧아 너희들이 고생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A씨와 자신 중 누가 더 예쁜지 묻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는 불과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정신과에서 입원을 권유 받을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게 됐다.
A씨는 "어느 날 문득 컴퓨터 화면에 유서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슬프고 애통한 마음이었다"며 "무너져 간 교실에서 잘해보려고 지난 두 달을 버텨 왔는데 처방받은 약봉지를 보면 서러움이 몰려온다. 임용 합격하고 6개월간 대기하며 취미생활을 즐겼던 저는 정말 건강했는데"라고 토로했다.
경남교육청은 A씨의 커뮤니티 글을 확인하고 상담과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