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대한민국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 친구, 지인들은 여전히 그날의 아픔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참혹했던 그날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또 있다. 바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이다.
31일 중앙일보는 서울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4년차 소방관 A씨의 사연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수백 곳의 현장에 출동해 수많은 시민들을 구조했지만 늘 마음을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구조지원을 나간 뒤에는 상태가 더 나빠졌다.
A씨는 일주일에 한 번 마시던 술을 거의 매일 찾게 됐고, 종종 주량을 넘겨 폭음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실제로 A씨는 "한동안 악몽 때문에 잠을 못 잤다"며 "업무시간엔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고, 퇴근하고 나선 술에 의존해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깊은 우울감에 빠진 A씨를 보며 주변 동료들과 지인들은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말을 건네곤 했다.
결국 A씨는 소방서 내 심리상담원을 찾았고 꾹 눌러담았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조금씩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소방청이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위험군에 속하는 소방공무원의 비율은 지난 2020년 5.1%에서 지난해 8.1%까지 증가했다.
정부는 소방공무원의 이 같은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소방공무원의 대면상담, 병원연계 등을 지원해왔는데, 최근 서울시는 2024년 소방공무원 심리지원 예산을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소방공무원은 늘어났지만 심리지원 예산이 반으로 줄자 일각에서는 소방관의 PTSD 관리를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