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경찰에 허위로 성폭력 신고, 고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고 그로 인한 불이익이 매우 큰 만큼 성범죄 관련 무고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허위 성폭력 신고·고소를 했던 사람들을 끝까지 파고 들어가 무고 혐의를 밝혀내 일명 '성폭력 무고 킬러'로 떠오른 여검사가 있어 화제다.
바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 정정욱(42·사법연수원 39기) 검사다.
정 검사가 밝혀낸 성폭력 무고 피해자는 최근 3개월 사이에만 5명이 넘는다.
정 검사는 지난달 20일 여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작년 4월 한 남성을 강제추행 혐의로 신고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창원 서부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작년 7월 불송치(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음) 결정을 했다.
하지만 정 검사는 사건을 그냥 덮지 않았다. 정 검사는 해당 남성이 'A씨에게 폭행당했다'고 신고했던 점에 의문을 품었다. 정 검사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등 객관적 증거를 추가로 제출받은 뒤 신고자인 A씨의 무고 혐의를 밝혀내 재판에 넘겼다.
무고 사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도 정 검사는 밝혀냈다.
지난달 27일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남성 D씨 사례다. 술집에서 만난 여성에게 추근대다 피해 여성이 거절하자, D씨가 되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성에게 유사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건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준강제추행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를 넘겨받은 정 검사는 자료 보강에 나섰다. 그는 "공개된 술집에서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했다는 게 상식에 맞지 않아 보였다"고 했다.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D씨가 당시 술값 문제로 여성 측과 시비가 붙어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폭행으로 신고당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 같은 성추행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법무부는 작년 9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을 고치면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중요 범죄'에 위증·무고 등 사법 질서 저해 범죄를 포함시켰다. 이 시행령 개정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수완박법'에 대응해 한동훈 법무장관이 내놓은 맞불 카드였다.
정 검사는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으로 2013년 검찰총장 표창을 받았다. 2016년에도 같은 공적으로 법무장관 표장을 받았다. 정 검사는 우수 수사 사례에 15회 선정되기도 했고, 2022년 하반기에는 제88회 '모범 검사'에도 선정됐다.
정 검사는 "성폭력 사건은 무고가 많아도 허위가 의심된다는 사정만으로는 입건해 조사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나오지 않도록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라고 했다.
그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무고죄를 엄하게 다스리면 성범죄 피해자가 위축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고를 방치하면 오히려 진짜 억울한 일을 당한 성범죄 피해자들을 욕먹이는 행위가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