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유족들의 상황이 전해졌다.
행정안전부 발표 기준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수는 159명이다.
159번째 마지막 희생자는 29일 현장이 아닌 43일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등학생 이재현 군이다.
2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군은 지난해 10월 29일 절친한 친구, 여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갔다. 그런데 살아남은 것은 이 군 뿐이었다. 순식간에 두 친구를 잃은 이 군은 마음을 추스르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었다.
사고 이후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로 꼽힐 만큼 쾌활했던 이 군은 사라지고 늘 붕 떠있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날은 친구들과 한참을 웃고 떠들고 집에 돌아와서는 "너무 외롭다. 죽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이 군은 트라우마로 사람이 많은 버스를 탈 수 없어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걸어 오르기도 했다.
먼저 떠난 친구들이 그리웠던 이 군은 채팅방에 "친하게 지내줘서 너무 고마워. 너희 부모님이랑 OO이 부모님께서 너희 몫까지 열심히 살아 달라고 부탁하셨어. 진짜 열심히 살게"라고 보내기도 했다.
이후 헬스장도 등록하고 밥도 열심히 챙겨 먹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이 군은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었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그리움까지 더해져 결국 이 군을 집어삼켰다.
심지어 참사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들과 희생자들에 대한 악플은 이 군을 '2차 트라우마'에 빠뜨렸다.
일부 SNS와 커뮤니티 등에는 '노는데 환장해 질서도 안 지킨 무분별한 애들', '마약을 했다' 는 등의 추측성 악플이 쏟아졌다.
이 군은 참사를 다룬 한 유튜브 영상에 자신이 피해자임을 알리고 이태원에 간 이유, 인파에 어떻게 휩쓸렸는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등을 직접 해명해야 했다.
그러고 얼마 뒤 친구에게 "최대한 안 아프게 빨리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참사 유가족, 생존자들은 모두 같은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참사로 친구를 잃은 A씨는 해가 진 뒤 골목이 무서워 편의점조차 가지 못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디지 못해 내내 취한 채로 3개월을 보내기도 했다.
또 사소한 소음에도 과도하게 놀라고 한때는 위로 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극도의 예민함 속에 살았다.
참사로 아이를 잃은 B씨는 PTSD가 심해지면서 미각을 잃었다. 아예 짠맛을 느끼지 못해 설렁탕을 먹는데 한없이 소금을 넣기도 했다.
마음을 다잡고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노력한 이들도 편견과 조롱 섞인 비난에 다시 무너졌다.
한 방송 인터뷰에 응한 C씨는 '친구 죽었는데 맨정신으로 인터뷰하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듣고 "멘털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 군의 어머니는 "큰 재난에 대해 조금 더 공감하고 추모하는 사회 분위기였다면 우리 아이도 손을 내밀었을지 모른다"며 "정부도 없던 일처럼 무시하지 말고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