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8일(월)

'실책'으로 실점해 좌절한 후배에 박수쳐주며 힘 불어넣어준 '대선배' 양현종

MBC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장하고 싶어 한다는 '가을 야구'는 언제나 치열하다.


아드레날린이 차오를 대로 차올라 자신의 실제 실력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극한의 긴장 속에서 안하던 실수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러한 실수가 수비할 때 나오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에이스 투수를 강판시키는 일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16일 서울 구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넥센 vs 기아'에서 기아 선발투수 양현종은 5회 수비 실책으로 인해 대량실점을 하면서 강판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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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양현종은 5회 기아 포수 김민식과 유격수 황윤호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인해 실점했다.


양현종이 부담을 느낀다고 판단한 기아 김기태 감독을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팀의 절대적인 에이스였던 양현종이었기에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2대3으로 역전당한 상황에서 내려가는 양현종의 마음도 결코 분노가 없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양현종은 남은 이닝 동안 팀 분위기가 박살 나지 않도록 최대한 표정 관리를 했다. 그리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순간 '실책'으로 좌절해 있는 황윤호에게 뜻밖의 제스쳐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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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배' 양현종은 자신보다 5살 어린 동생을 향해 '박수'를 쳐줬다. 눈을 마주친 뒤 글러브를 치며 "힘내,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보통의 투수들이 팀원들의 실책으로 인해 경기를 망쳤을 경우 커다란 분노를 드러내고, 더그아웃에서도 화를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본 팬들은 "역시 양현종은 대투수", "진짜 양현종 인성은 알아줘야 한다", "기아의 보물, 타이거즈 그 자체 짝짝짝"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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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결국 타격이 더 뛰어났던 넥센이 10대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넥센은 한화와 맞붙는 준PO에 진출했고, 기아는 시즌을 완전히 마감하게 됐다.


하지만 기아의 팬들은 마냥 슬퍼하지 않았다. '대투수' 양현종이 이끌어갈 내년의 기아를 기대하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팀을 위해 일본에서 제의받은 연봉의 70% 정도만 받고 기아에 남았던 양현종. 돈만 좇지 않는 그가 만들어갈 내년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편 황윤호는 주전 유격수 김선빈이 불의의 부상을 당한 뒤 딱 5회에 교체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