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맥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지대에서 빙하 붕괴로 촉발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양국에서 39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1400명 이상이 실종됐다. 당국은 새로 만들어진 호수가 터질 경우 2차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긴급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26일 오전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재난이 시작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초기에 카트만두 북쪽 약 65㎞ 국경 인근에서 규모 4.4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후 분석을 통해 빙하의 암석과 얼음 붕괴에 따른 지진파였음을 확인했다. USGS는 이 현상을 규모 5.2에 해당하는 빙하 붕괴로 재분류했다.
과학자들은 해발 약 5㎞ 지점에서 막대한 양의 암석과 얼음이 약 1.2㎞ 아래 계곡으로 떨어졌다는 가설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메시 하리타시야 미국 데이턴대 지구과학·지속가능성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 규모의 홍수와 잔해가 하류로 내려오려면 거대한 육지 덩어리나 얼음이 무너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팔 누와코트 지역의 보테 코시 및 트리슐리강 일대 / GettyimagesKorea
붕괴된 얼음과 잔해는 엄청난 양의 물과 뒤섞여 강으로 흘러들었고, 물과 진흙, 암석의 거대한 급류가 형성되면서 중국과 네팔의 마을을 강타했다. 일부 희생자는 재난 발생 지역에서 최대 241㎞ 떨어진 곳까지 떠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경찰은 홍수로 최소 389명이 사망하고 46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네팔에서는 910명이 실종됐다. 중국 당국은 티베트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558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중국 티베트 지룽 국경항에서는 여러 층짜리 항만 건물이 진흙에 뒤덮이고 버스 주차장이 휩쓸렸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주변에 쌓인 진흙의 평균 깊이가 1.5m를 넘었다고 전했다. 국경 출입문과 세관, 출입국 기관이 들어선 건물을 포함한 국경시설 전체가 산사태와 토사에 파괴됐다. 중국 구조대는 27일 저녁까지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룽 국경지역에 완전히 접근하지 못한 채 진입도로의 잔해 제거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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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는 교량 수십개가 파괴되고 약 40㎞의 도로가 손상돼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팔군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100명 이상을 구조했으며, 트리슐리 수력발전 사업 관련 시설에 고립됐던 주민들도 대피시켰다. 부상자 수십명은 치료를 위해 카트만두로 이송됐다.
네팔 데비가트에서 살아남은 자낙 바하두르는 로이터통신에 "홍수가 갑자기 들이닥쳐 폭탄처럼 터졌다"며 "멀리서 봤을 때 강은 작아 보였지만 갑자기 넘치기 시작해 모든 것을 휩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종자 중에는 외국인과 종교 순례객이 대거 포함됐다. 네팔 관광당국에 따르면 네팔에서 실종된 외국인은 51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인도인이 178명, 미국인이 60명 이상이었으며 우크라이나와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 30여개국 국민이 포함됐다. 상당수는 힌두교와 불교에서 성지로 여겨지는 티베트 카일라스산을 찾던 순례객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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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는 홍수 이후 중국과 네팔에서 미국인 90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 사망자는 파악되지 않았으며 3명은 구조됐다. 인도 외교부는 인도인 288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네팔에서 중국인 약 100명이 실종됐으며 티베트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이 260명이라고 밝혔다.
구조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홍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네팔과 중국은 국경 양쪽에서 이번 홍수로 새롭게 생긴 호수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둑이 무너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네팔 재난당국은 홍수 발생 지점에서 잔해가 강을 막으면서 형성된 호수의 수위가 상승하고 있다며 하류 주민과 구조대원들에게 강둑과 위험지역에서 벗어나 안전한 장소에 머물 것을 요청했다.
중국 측 차오제르강과 푸루푸창짱부강 합류 지점에 형성된 새 호수에는 27일 오전 기준 약 200만㎥의 물이 고여 있었다.
중국 수자원부는 앞으로 사흘 동안 약 300만㎥의 물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12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중국 수자원 당국은 호수 붕괴 위험이 높으며 물의 흐름이 9월 1일께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중국 수자원부 수문 분야 연구원 주진펑은 CCTV에 "물의 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고가 내려진 뒤 네팔 구조대원 일부도 강 주변을 떠나 고지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번 빙하 붕괴의 유일하고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기온 상승과 빙하 융해가 산악지대의 불안정성을 키웠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사이먼 콕스 뉴질랜드 지구과학연구기관 '마운틴스 투 시' 프로그램 수석과학자는 로이터통신에 "기후변화는 고산지대의 암석과 얼음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난화가 얼음이 지반을 지탱하는 힘을 약화시키고 융빙수를 늘리는 한편 동결과 해빙, 강수 패턴을 변화시켜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붕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