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동네 상권을 이끄는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올해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으며, 대다수는 신규 투자를 아예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골목상권 소상공인 505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골목상권 소상공인 상반기 경기동향 및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8%가 올해 하반기 사업 전반이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금 사정 역시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58.4%에 달했다.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59.4%, 영업이익 감소를 걱정하는 답변은 59.8%였으며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도 58.8%를 기록했다. 반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은 이전 조사의 9.1%에서 8.3%로 더 떨어져 바닥을 기는 심리를 대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골목상권 소상공인 상반기 경기동향 및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에서 하반기 사업 전반에 대한 전망 응답./ 중소기업중앙회
업종별로는 경기 침체의 충격파가 다르게 감지됐다. 세탁소와 미용실의 하반기 매출 악화 전망이 72.7%로 가장 높았으며, 부동산중개업소(70.0%), 학원(68.0%), 호프·주점·포차(63.3%)가 뒤를 이었다.
반면 카페·베이커리 업종은 매출 악화 전망이 41.2%로 조사 대상 10개 업종 중 가장 낮아 일반음식점(56.0%)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회식 기피와 고물가 여파로 외식업과 주점은 타격이 큰 반면, 저가 음료와 꾸준한 테이크아웃 수요가 있는 카페는 타격이 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 절벽에 가로막힌 부동산과 필수 지출 외의 지출을 줄이는 학원, 뷰티 업종의 불황도 두드러졌다.
얼어붙은 경기 속에 자영업자들의 투자 심리도 자취를 감췄다. 조사 대상 소상공인의 96.6%는 올해 하반기 사업 투자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투자를 계획 중인 3.4%의 소상공인마저도 매장 리모델링 및 외관 개선(47.1%), 마케팅 및 판로 다변화(29.4%) 등 매장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유지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경영 상황을 어둡게 보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물가와 소득 불균형 등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60.9%)가 꼽혔으며, 원재료비와 임차료 및 인건비 상승(23.5%), 고금리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5.3%)이 뒤를 이었다.
자영업자들이 정부에 바라는 현실적인 구제책은 일회성 대출 유예보다 고정비 절감에 집중됐다.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세제 혜택 확대(65.7%)를 요청한 이들이 가장 많았고,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비용 경감(52.1%), 정책자금과 보증 확대를 통한 금융 지원(43.6%)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중소기업중앙회 '골목상권 소상공인 상반기 경기동향 및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에서 하반기 사업 운영 관련 투자 계획에 대한 응답. / 중소기업중앙회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현재 소상공인은 정책자금 확대보다 세제 혜택 확대나 에너지 비용 부담 경감에 대한 정책 수요가 더 높은 상황"이라며 "업종별 경영 환경과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