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2027년까지 공급 부족...가격 둔화·증설 확대만으론 정점 판단 어려워"
SK하이닉스 "LTA 정착 땐 수요 가시성·투자효율 개선"...추가 환원안 연내 마련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설비투자가 늘어도 과거처럼 업황 정점으로 곧장 연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기공급계약(LTA)이 가격과 물량, 증설 결정을 함께 묶으면서 업체를 평가하는 기준도 단기 가격 상승폭에서 이익이 유지되는 기간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14일 SK증권은 '세상이 끝났는가' 보고서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에도 이어지고 수요 강세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고가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상승률 둔화만으로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것은 과거 사이클의 문법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공급업체들이 수요 증가를 예상해 동시에 생산능력을 늘렸다. 뒤늦게 풀린 물량은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가격 상승률 둔화와 설비투자 증가는 사이클 종료를 알리는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사이클에는 LTA가 들어왔다. 공급업체별 가격은 계약 비중과 약정 물량, 고객 확약 수준, 선수금, 가격 조정 범위와 재협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제품을 팔아도 계약 구조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시점과 폭이 엇갈리는 구조다.
뉴스1
가격 둔화와 가격 하락 분리...계약 조건 따라 궤적 갈려
SK증권은 메모리 시장을 장기계약 물량과 시장가격에 노출된 물량으로 나눴다. LTA는 물량과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제한하는 대신 하락기의 조정폭도 줄인다. 실적 변동 폭은 낮아지고 사이클은 길어진다.
가격 상승세가 완만해진 뒤에는 출하량 증가가 실적을 이끌어야 한다. 공급 부족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메모리업체가 판매할 물량이 줄고 고객사의 AI 시스템 구축도 늦어진다. 증설 없이 공급 부족만 유지되는 구조로는 실적 증가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설비투자를 보는 기준도 달라진다. 고객의 중장기 물량 확약과 생산능력 예약을 바탕으로 투자가 집행된다면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무차별 증설과 계약에 근거한 증설을 같은 공급과잉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AI 서비스 확산도 메모리 수요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멀티턴 대화와 검색증강생성(RAG), 외부 도구 사용, AI 에이전트가 늘수록 처리해야 할 문맥과 데이터가 커진다.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지연시간은 GPU 가동률과 추론비용에 직접 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LTA 비중만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고객별 생산능력 예약과 선수금·예치금, 커스텀 HBM 로드맵, 고객 확약과 설비투자의 연동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평균 투자자본수익률과 현금흐름, 주주환원도 검증 항목에 포함했다.
과거 메모리업체는 높은 고정비와 재고 부담, 짧은 호황 때문에 장부가치 중심의 평가를 받았다. 계약된 수요가 이익의 지속 기간을 늘리고 하락기의 수익성을 방어하면 이익 기준의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게 보고서가 제시한 구도다.
SK하이닉스 "LTA 정착 땐 투자효율 개선"...현재 효과는 답변 유보
SK하이닉스도 LTA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수요 예측과 투자 효율이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회사는 LTA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경우 수요 가시성과 수익성 안정이 투자 효율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 LTA가 가격·물량 변동성과 설비투자 규모·시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나온 것은 아니다.
2027년 HBM 공급 예정 물량 가운데 고객사와 협의했거나 생산능력 배정이 확정된 비중도 공개되지 않았다. 고객 공급 물량은 일반적으로 '대외비'다.
주주환원은 LTA가 실제 현금흐름의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또 다른 항목이다. SK증권은 주주환원 가시성을 이익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일 조건으로 제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익 창출 능력을 고려할 때 재무 건전성 달성과 주주환원 확대는 병행할 수 있는 목표라고 보고 있다"며 "추가 주주환원 수단도 검토해 연내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내 마련할 추가 환원안의 수단과 규모는 제시되지 않았다. 2027년 HBM 고객 배정 비중과 LTA가 현재 투자 결정에 반영되는 수준도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