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6일(화)

23년 전 9월, 순천서 실종된 여고생 조수민 양...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는 '이곳'

부모의 가슴을 미치도록 아프게 하는 '장기 실종'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가슴은 늘 그날에 멈춰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고, 살아있다는 희망과 이미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교차하는 시간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장기 실종'은 남겨진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며, 그 아픔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옅어지지 않습니다.


image.png실종 당시 배포된 전단지 / 온라인 커뮤니티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는 '벌교 장좌리'


2002년 9월 13일 밤, 전남 순천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이던 조수민 양(당시 17세)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조양은 순천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던 원장의 딸로, 성실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였습니다.


그날은 친구에게 책을 돌려받기 위해 늘 타던 통학버스를 놓쳤습니다. 그러나 밤 10시 무렵 집에서는 이미 조양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어머니의 끝없는 전화에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11시경 파출소로 달려가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이튿날 경찰은 조양의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이 순천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 장좌리 일대라고 밝혔습니다. 가족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버스터미널과 마을, 병원까지 발이 닳도록 뒤졌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당시 운행 중이던 버스 노선을 추적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조양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생후 12개월 아이,불난 집,20대 엄마,아기 못 구한 엄마,대법원 무죄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3년째 멈춰 선 시간


수사는 결국 답보 상태에 빠졌고,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습니다. 


지난해 조양의 어머니는 실종아동찾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그냥 수민이를 안아주면서 미안하다고 할 것 같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찾아주지 못했으니까"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 조수민 양의 나이는 마흔입니다. 실종 당시 안경을 쓰고 순천여고 하복 교복을 입고 있었으며, 키가 작고 왜소한 체격이었습니다.


또 다른 장기 실종의 그림자


갑자기 실종돼 '미스터리'로 남은 인기 유튜버 3명의 숨겨진 이야기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조수민 양 사건만이 아닙니다. 1991년 부산에서 집 근처 슈퍼마켓에 간다며 나섰다가 돌아오지 않은 최세원 군(당시 9세)은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또 2007년 경북 포항에서 친구와 놀다 사라진 김은지 양(당시 8세) 역시 18년째 소식이 끊겼습니다.


'장기 실종'이라는 단어가 통계 속 수치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가족을 미치도록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