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청년의 마지막 선물, 장기 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구하다
결혼을 100일가량 앞두고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난 20대 청년이 장기 기증이라는 숭고한 선택을 해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중국 매체 신민일보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적의 나타니엘 자카리아 탄(Nathaniel Zachariah Tan, 27)이 희귀 질환인 뇌동정맥기형(AVM)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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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12일 뇌사 판정을 받은 직후 신장, 간, 장골동맥을 기증해 무려 4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두통, 결국 희귀질환 판정
나타니엘은 어린 시절부터 잦은 두통에 시달렸지만 큰 병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군 복무 시절 증상이 악화되면서 MRI 검사 끝에 '4등급 뇌동정맥기형(AVM)'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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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M은 동맥과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혈관 덩어리로, 정상적인 혈류를 방해해 뇌출혈·뇌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입니다.
2020년 그는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합병증으로 낭종이 발생했고 올해 7월에는 7cm까지 커지며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결국 두 차례의 응급 수술과 투병 끝에 지난 12일 정오,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들은 27년 동안 내 햇살이었다"
어머니 퀴니 탄은 신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늘 사랑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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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따르면 나타니엘은 생전에 "내가 떠나면 장기를 기증해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뜻을 약혼녀 셰릴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는 최대 10개 장기를 기증하고 싶어 했으나, 심장·폐·각막은 조건이 맞지 않아 기증이 불가능했습니다.
퀴니는 "아들은 27년 동안 내 삶의 빛이자 힘이었다"며 "많은 친구와 지인들이 그를 '천사'라 불렀다. 지금도 4명의 생명을 구하며 세상에 사랑을 남겼다"고 전했습니다.
결혼 앞둔 예비신랑, 장례는 '축하의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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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니엘은 8년간 교제한 약혼녀 셰릴과 오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만에서 직접 작곡한 노래로 프러포즈하며 결혼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생전 그는 침울한 장례 대신 '축하의 자리'를 원했습니다. 모두가 화려한 옷을 입고 그의 삶을 기념해주길 바랐습니다. 실제로 장례 첫날 밤에는 200명이 넘는 이들이 조문했고, 둘째 날에는 300명가량이 추가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의 절친이자 예술가 재스퍼스 라이는 SNS에 "그는 천사였다. 살아서도, 떠난 뒤에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며 추모했습니다.
나타니엘은 마지막까지 타인의 생명을 살리며 세상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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