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화)

"불, 아들 방에서 시작돼"... 엄마·아들 앗아간 아파트 화재 원인, '배터리 폭발' 추정

배터리 폭발 의심 진술


휴일이었던 어제(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충전 중이던 전동 스쿠터 배터리 폭발이 화재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8시 10분쯤 20층짜리 아파트 14층 한 세대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이 불로 2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아들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함께 살던 60대 남편은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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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폭주' 현상 추정


경찰은 유족이 전한 "아들 방에서 충전 중이던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18일 오전 10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유족은 "불이 석유를 부은 것처럼 확 치솟았고, 잇따른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번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쾅' 하는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는 목격담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열 반응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열폭주' 현상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수 초 만에 내부 온도가 섭씨 1000도까지 급상승하며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스프링클러 설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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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오전 10시 42분쯤 완전히 꺼졌습니다. 소방은 차량 79대와 인력 252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주민 89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1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아파트 단지는 1998년 준공됐습니다. 당시 법은 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기 때문에 14층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전 지어진 노후 공동주택 단지 4만4208곳 중 65%가 스프링클러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4년 이후에야 11층 이상 아파트 전체에 설치 의무가 적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