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IQ 높은 아기 낳고 싶어요"... 7000만원 내고 '배아' 선택하는 부모들

실리콘밸리에서 확산되는 '맞춤형 아기' 열풍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높은 지능지수(IQ)를 가진 배아를 선별하여 시험관 시술에 활용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 중심지인 베이 지역의 능력주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요.


지난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에서는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검사하여 미래 IQ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들 업체는 여러 배아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분석하여 지능지수 예상치를 산출하고, 부모들이 시험관 시술에 사용할 배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의 비용은 6000달러(약 800만원)에서 5만 달러(약 7000만원)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베이 지역에서는 상당한 수요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능력주의와 유전자 선별 문화


누클리어스지노믹스의 창업자 키안 사데기는 "실리콘밸리는 IQ를 사랑한다"며 다른 미국 지역보다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이 자녀의 높은 지능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버드 의대 통계유전학자인 사샤 구세브 교수는 이 현상이 실리콘밸리의 능력주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구세브 교수는 "그들은 자신이 똑똑하고 성취를 이뤘으며 좋은 유전자를 보유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자녀들도 똑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이 지역 부부들의 배아 선별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한 커플은 유전자 검사 업체로부터 IQ와 알츠하이머 위험 평가 등이 기재된 결과지를 받은 후, 이를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하여 자체 수식으로 배아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다산 운동을 벌이는 시몬과 맬컴 콜린스 부부는 시험관 시술로 네 명의 자녀를 출산했으며, 일부 배아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받았습니다.


시몬 콜린스는 현재 임신 중인 태아도 암 위험이 낮고 높은 지능을 보유할 가능성이 99%여서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윤리적 우려와 기술적 한계


하지만 이러한 유전자 선별 관행에 대해 생명윤리학자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 생명과학·법센터장인 행크 그릴리는 "부자들이 슈퍼 유전자를 가진 계층을 형성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노동자로 부린다는 건 과학소설 이야기"라며 "이게 공정한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또한 배아 IQ 예측의 정확도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예측 모델을 개발한 예루살렘 히브리대의 샤이 카르미 교수는 이 모델을 이용해도 평균 3~4점 정도 더 높은 점수를 얻을 뿐이라며 "자녀를 신동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세브 교수는 더 나아가 "가장 높은 IQ를 가진 배아를 선택하는 것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이 가장 높은 배아를 선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