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오히려 돈 내고 출근하는 중국 청년들... '가짜 직장' 뭔가 봤더니

중국 청년들의 새로운 트렌드, '가짜출근 회사'


중국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독특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영국 BBC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이 마치 회사에 출근하는 것처럼 보이게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가짜출근 회사'(假裝上班公司) 서비스가 중국 전역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AKR20250812191236143_01_i.jpgYoutube 캡처


이 '가짜출근 회사'는 지난해부터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한, 청두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 등장했으며, 구직자, 소규모 창업자,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한 공유오피스 형태의 서비스입니다.


인기가 높아 일부 가짜출근 회사는 자리가 모두 차서 대기 명단까지 생겼다고 하는데요.


이용자들은 하루에 30~50위안(한화 약 5,800~9,700원)을 지불하고 일반 회사 사무실과 유사하게 꾸며진 공간과 업무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가짜출근 회사는 점심, 간식, 음료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짜출근 회사를 찾는 청년들의 사연


가짜출근 회사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학교나 가족에게 '직장에 다니는 척'을 해야 하는 사회초년생들입니다.


news-p.v1.20250812.8a6919aa780c4b1282580408171da346_P1.jpgBBC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정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3세 탕샤오원씨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올해 초 상하이의 한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을 한 달간 이용했습니다.


탕씨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 이유는 그가 졸업한 학교가 졸업 후 1년 안에 취업이나 인턴십 활동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졸업증서를 발급하는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BBC에 따르면, 탕씨는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학교에 제출하고, 남은 시간에는 웹소설을 작성해 용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둥관에서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30세 페이위(가명)씨는 이용자의 구성에 대해 흥미로운 통계를 공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용자의 60%는 창업자나 원격근무자 등 프리랜서이지만, 나머지 40%는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에 제출할 인턴십 활동 자료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일부 이용자들은 부모님의 취업 압박을 피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a41d130-72be-11f0-afda-bb39e9f348ef.jpgBBC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가짜출근 회사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중국 사회의 특성과 청년들의 심리를 반영한다고 분석합니다.


중국 사회에서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고급 화이트칼라 직업을 갖는 것'이 최고의 성공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청년들의 좌절감이 가짜출근 사무실 유행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샹뱌오 사회인류학연구소장은 "가짜출근은 전통적 사회 체계에 수용되지 못해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주류사회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기 공간을 확보하려 찾아낸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질랜드 웰링턴빅토리아대 경영대학원의 중국경제 전문가 크리스천 야오 박사는 이 현상이 "상당히 흔해졌다"며, "경제변화, 교육과 고용시장의 불일치로 청년들은 다음 단계에 대해 생각하거나 임시 업무를 할 이런 공간이 필요한데 가짜출근 사무실은 과도기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