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빙하 속에서 발견된 실종 가장의 시신

파키스탄 카이버 파크툰크주 코히스탄 지역의 레디 메도우스 빙하 가장자리에서 28년 전 실종된 가장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미국 CBS 뉴스 등은 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나시르딘(사망 당시 31세)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실종 28년 만에 파키스탄의 빙하에서 발견된 나시르딘의 신분증 / 페이스북

나시르딘은 1997년 6월, 가족과의 불화로 형 카티루딘과 함께 말을 타고 집을 떠났습니다. 당시 그는 빙하 지대를 지나다 한 계곡의 동굴로 들어갔다가 이후 실종되었는데요. 가족들은 그가 동굴 속 크레바스에 빠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실종 당시 나시르딘은 두 자녀와 아내가 있는 가장이었습니다. 다행히 그의 형은 무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나시르딘이 당시 폭설을 피하기 위해 동굴에 있던 중 빙산의 틈새로 미끄러져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조카 말릭 우바이드는 "친척들이 시신을 찾기 위해 빙하 여러 곳을 수색했지만 결국 불가능했고, 포기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마침내 그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드러난 빙하 속 비밀

CB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인근 양치기 목동이 우연히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gesBank

빙하 덕분에 시신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으며, 옷도 찢어진 곳이 없었고 신분증도 소지하고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발견된 시신은 지난 6일 매장되었습니다.

영국 BBC는 "인체가 빙하에 묻히면 극한의 추위 탓에 빠르게 얼어붙는다"며 "빙하 속에는 수분과 산소가 부족해 시신은 미라가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코히스탄 지역은 극지 지역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1만 3000개 이상의 빙하를 보유하고 있어 '제3극'이라고도 불립니다.

최근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나시르딘의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신은 "최근 이상기후로 전 세계의 빙하가 점점 녹아내리면서 수십 년 전 실종된 등산객, 스키 관광객, 산악인들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gesBank

지난해 7월에는 페루에서 눈 덮인 봉우리를 오르다가 실종된 산악인의 시신이 22년 만에 발견되었습니다.

2023년에도 스위스 알프스 빙하에서 1986년 실종됐던 독일 등반가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며, 2017년에는 무려 75년 전에 실종된 부부의 시신이 스위스의 빙하가 녹으면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