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비싼 피자: 1만 비트코인의 이야기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프로그래머 라즐로 하니에츠(Laszlo Hanyecz)는 온라인 포럼에 특이한 제안을 올렸습니다.
피자 두 판을 배달해주는 사람에게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이었죠. 당시 그 비트코인의 가치는 고작 25달러 정도였습니다.
Twitter 'HanyeczLaszlo'
영국의 한 청년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파파존스 피자를 주문해 라즐로에게 배달했고, 그 대가로 1만 비트코인을 받았습니다.
이 단순한 거래가 암호화폐 역사상 최초의 실물 상품 구매로 기록되며, 오늘날 '비트코인 피자 데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기념되고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비트코인은 디지털 세계의 실험적인 화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기준으로 1만 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1조 5천억원에 달합니다.
단순한 피자 주문이 역사상 가장 비싼 식사가 된 셈이죠.
암호화폐의 태동과 성장
비트코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인물(또는 그룹)이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009년 1월 첫 비트코인이 채굴되었고, 초기에는 기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거래되던 디지털 자산이었습니다.
라즐로의 피자 구매는 비트코인이 실제로 가치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거래 이후에도 비트코인은 수년간 주류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2017년 첫 번째 큰 상승장을 맞이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함께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테슬라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기업들이 대규모 비트코인을 매입하면서 가격은 더욱 상승했습니다.
2024년에는 미국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면서 제도권 금융 시장에 완전히 진입했습니다.
초기 투자의 심리와 교훈
라즐로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실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당시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YouTube '60 Minutes'
그에게 비트코인은 투자 수단이 아닌 기술적 실험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례는 신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의 심리를 잘 보여줍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잠재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비트코인 초기 사용자들 중 많은 이들이 라즐로처럼 수천 개의 코인을 소비하거나 잃어버렸습니다.
하드 드라이브 폐기로 7,500 비트코인을 잃어버린 영국 남성 제임스 하웰의 사례도 유명합니다.
혁신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라즐로의 피자 구매는 단순한 '잃어버린 기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늘날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를 넘어 하나의 자산 클래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4년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가격은 다시 한번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라즐로의 1만 비트코인 피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혁신이 10년 후 '피자 두 판'에서 '1조 5천억원'으로 가치가 변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