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뇌세포 정상화 성공"... 알츠하이머 치료에 쓸 '항암제 2종' 발견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항암제에서 찾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와 글래드스톤연구소 공동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신경퇴행 증상을 늦추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항암제 2종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되었는데요, 기존 치료법과는 다른 접근방식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라는 두 단백질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인지능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노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알츠하이머병이 뇌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분석한 후, 약물 데이터베이스에서 1,300여 가지 약물 중 이러한 변화에 반대로 작용하는 물질을 선별했습니다.


그 결과 86종은 한 가지 세포 유형에서, 25종은 여러 세포 유형에서 효과를 보였으며, 이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은 10종이었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실험을 통한 유망 약물 발견


연구진은 65세 이상 노인 140만 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고, 특정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에게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낮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인사이트(왼)정상인 뇌, (우)알츠하이머병 환자 뇌 / 사진 제공 = 국립보건원


논문의 주저자인 야차오 리 박사는 "가장 유망한 약물을 찾아내기 위해 1,300개에서 86개로, 다시 10개로, 그리고 5개로 가려내는 과정은 마치 모의 임상시험과 같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선별된 약물은 유방암 치료제 '레트로졸'과 대장암·폐암 치료제 '이리노테칸' 두 가지였습니다.


레트로졸을 투여받은 유방암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진단율은 대조군보다 53% 낮았고, 이리노테칸으로 치료받은 대장암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진단율은 무려 80%나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레트로졸은 주로 신경세포에, 이리노테칸은 신경교세포에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두 약물 모두 혈액-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발견입니다.


혈액-뇌 장벽은 혈액 속 물질들이 뇌 조직으로 무분별하게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막으로, 뇌 질환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병용 요법의 놀라운 효과


인사이트(왼)알츠하이머병이 걸린 생쥐 뇌의 타우 단백질, (우)레트로존, 이리노테칸을 투여한 후의 생쥐 뇌의 타우 단백질 / 사진 제공 =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도록 유전자 조작된 생쥐를 대상으로 두 약물의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4개월 동안 이틀에 한 번씩 약물을 투여했으며, 용량은 인체 투여 상황을 고려해 적절히 조절했습니다.


실험 결과, 두 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는 거의 효과가 없었지만, 함께 투여했을 때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감소하고 기억 영역인 해마의 부피가 증가하면서 기억력이 회복되는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병용 요법은 뇌세포의 기능도 정상화시켰습니다.


신경세포에서는 시냅스 형성과 신경 연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었고, 신경교세포에서는 신경세포 지지, 세포 파편 제거, 뇌 구조 유지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정상 작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이 주로 비정상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것과 달리, 병용 요법을 통해 여러 유형의 뇌 세포에서 관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를 주도한 마리나 시로타 교수(소아과)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복잡한 변화를 초래하여 연구와 치료가 어려웠지만, 이러한 복잡성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며 "승인 약물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잠재적인 병용 요법을 개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임상시험이 조속히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