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앞에서 쓰러진 단골 손님, 점주가 살렸다
편의점 앞에서 갑자기 쓰러진 외국인 손님. 생사를 가를 수 있었던 순간, 한 점주의 빠른 판단이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다.
30일 인사이트 취재진은 단골 손님의 목숨을 구한 GS편의점 점주 강이조(48)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건은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24일 오후 7시 58분, 경북 포항시 남구 덕수동의 GS25 편의점에서 벌어졌다.
사진 제공 = 강이조 씨
이날 강씨는 평소처럼 혼자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 조용했던 동네의 빗속 정적을 깨고 편의점 문 앞에서 한 남성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손님은 평소 "헤이 브로"라고 인사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던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씨(30대). 쓰러진 A씨는 몸이 딱딱하게 굳은 채 숨도 쉬지 않고, 눈동자까지 돌아가 있는 심각한 상태였다.
강씨는 곧장 포스기의 긴급출동 버튼을 눌러 경찰에 알리고, "119! 119!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이후 민방위 훈련 때 배운 대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두 손을 포개 가슴을 눌렀고, 들숨과 날숨이 오가며 간절한 구조가 이어졌다.
그의 노력이 닿았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졌던 A씨의 호흡이 돌아왔다. 잠시 후 구급대도 도착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현재는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강이조 씨
보험 없어 구급차서 뛰어내려 도망간 손님... "친구들이 600만원 모았대요"
하지만 구조 직후 상황은 또 다른 위기로 이어졌다. 강씨는 "손님이 외국인이라 한국 의료보험이 없어 구급차에서 뛰어내려 도망가려 했다고 들었다"며 "같이 사는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고 병원비 600만 원을 십시일반 모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는 현재 혈관 문제로 울산의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있다.
하마터면 스리랑카에 계신 부모님과 영영 이별할 뻔했던 A씨. 이후 A씨는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편의점을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근무 시간이 맞지 않아 강씨와 직접 만나지는 못해 대신 강씨의 아내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돌아갔다.
그날 이후 트라우마 시달려... "같이 사는 게 중요해"
사진 제공 = 강이조 씨
아름다운 선행이었지만 강씨는 이날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심폐소생술 당시 눈이 돌아갔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비가 오거나 가게 앞에 사람이 서 있으면 예민해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또 그런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할 것"이라며 "누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으면 교대해서라도 돕겠다. 혼자서 하기엔 너무 힘들다. 팔, 어깨, 허리까지 다 아플 정도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강씨는 "누구나 이런 상황을 겪지 않지만 기사를 본 사람들만이라도 '위급 상황 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며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우리 동네 같은 곳은 더욱 이런 대처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 강이조 씨
또한 강씨는 생명을 구한 영웅이자, 지역 사회의 따뜻한 버팀목이었다. 평소에도 동네를 위해 기부를 실천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동네는 고령층도 많고, 도움이 필요한 분도 많다. 그래서 중앙동사무소에 식료품과 생필품, 그리고 소액이지만 금전적 기부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이익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강씨의 심폐소생술. 그의 선행이 지역 사회에 울림을 주고 있다.
한편 강씨의 선행을 접한 스리랑카 대사관과 GS리테일 본사 측은 포상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