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화)

하루에 수백명씩 즐긴다는 '살인 관광 상품'... 정체 알고 보니

영국 런던에서 '잭 더 리퍼' 살인 관광 상품 인기... 주민들은 불만


19세기 런던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가 현대 영국에서는 수익성 높은 관광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이 '다크 투어리즘' 상품은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범죄를 오락거리로 소비한다는 윤리적 논란도 함께 일으키고 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지난 21일(현지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런던 동부 이스트엔드 지역에서 운영되는 '잭 더 리퍼 투어'는 매일 밤 수백 명의 관광객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객들은 오후 8시부터 약 90분 동안 연쇄살인마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살인 사건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듣는 체험을 한다.


잭 더 리퍼는 19세기 런던 이스트엔드에서 활동했던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으로, 메스를 사용해 최소 5명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스터리한 범죄자의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문화의 소재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치열한 가이드 경쟁과 자극적 콘텐츠로 논란


투어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이드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일부 가이드들은 살인 현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며,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살인 방법을 상세히 묘사하거나 피해 여성을 희화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더 자극적인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범죄 현장의 실제 영상을 벽에 투사하거나 피해자 시신 사진을 보여주는 가이드도 있다.


인사이트잭 더 리퍼 투어 사진. / (X·옛 트위터 갈무리)


심지어 히치콕 영화 '사이코'의 배경 음악을 틀어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큰 칼을 들고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투어의 상업적 성공에 힘입어 해당 지역에는 잭 더 리퍼의 이름을 활용한 상점들이 늘어났다.


'잭 더 클리퍼(Jack the Clipper)'라는 이름의 이발소, '잭 더 치퍼(Jack the Chipper)'라는 패스트푸드점, '잭스 플레이스(Jack's Place)' 패션 매장, 그리고 '재킷 더 리퍼(Jacket the Ripper)'라는 감자 요리 전문점 등이 영업 중이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윤리적 논란


매일 밤 자신의 거주지가 살인 관광 코스가 되는 상황에 지역 주민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주민들은 살인 투어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어떤 날이든 저녁만 되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투어를 다니고 있다. 엄청난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한 "이웃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이사한다. 매일 집 창문 앞에서 가이드가 '이곳에서 배꼽까지 배를 갈랐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잭 더 리퍼 투어' 홍보 포스터. / 잭 더 리퍼 투어 업체 홈페이지


2015년 개관한 '잭 더 리퍼 박물관(Jack the Ripper Museum)'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10년째 운영 중인 이 박물관은 기념품점에서 연쇄살인범의 실루엣이 그려진 티셔츠 등을 판매하고 있어 범죄자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센트럴 랭커셔 대학교 다크 투어리즘 연구소의 필립 스톤 소장은 "잭 더 리퍼는 잔혹한 살인과 악명 때문에 기억되지만, 동시에 매우 낭만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며 "그는 일종의 허구적 인물로 변모해 대중문화에 녹아들었고, 이 때문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