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쿠자의 목청 높은 울음소리, 그 뒤에 숨겨진 감동적인 사연
깊은 밤, 우렁찬 울음소리로 동네 주민들을 깨우던 길고양이 쿠자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TV동물농장'에서는 밤마다 목청을 높여 울던 길고양이 '쿠자'와 녀석의 진심이 전파를 탔다.
SBS 'TV동물농장'
쿠자는 약 한 달 전부터 제보자 이태훈 씨의 집에 찾아왔다. 녀석은 매일 동네가 떠나가라 울며 그의 집에 눌러앉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쫓아보려고 해도 녀석은 꼭 다시 돌아왔다. 이에 태훈 씨는 하루하루 잠을 자지 못해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어르고 달래도 보고 맛있는 간식을 줘보아도, 집안에 들여보내줘도 녀석은 끝없이 울기만 했다.
태훈 씨는 "밥 주고 간식 주고 재워주고 빗질해 주고... 속이 터진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SBS 'TV동물농장'
집에 눌러 앉은 쿠자 때문에 태훈 씨는 다양한 고양이 용품을 마련했을 정도였다.
동물행동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울지 않는다. 특히 야생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들은 포식자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소리를 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쿠자의 행동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였다.
쿠자의 울음소리에 담긴 절박한 메시지
사실 쿠자의 울음소리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SBS 'TV동물농장'
어느 새벽, 쿠자는 갑자기 외출했다가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돌아왔다.
이 검은 고양이는 뒤뚱뒤뚱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걷던 녀석은 휘청이다 화분에 부딪히기도 하고 다리에 힘이 없는 듯 곧 주저앉아 버렸다.
이런 녀석 옆에서 쿠자는 다시 목청 높여 울기 시작했다.
SBS 'TV동물농장'
쿠자의 울음은 단순한 응석이 아닌, 친구 '까망이'를 도와달라는 절박한 외침이었던 것이다.
쿠자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냈지만, 태훈 씨가 모습을 드러내면 겁이 많은 까망이는 늘 도망쳐버려 그 속뜻이 쉽게 전해지지 않았다.
평소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활발한 성격의 쿠자였지만, 친구 앞에서는 한없이 애교 많은 '다정냥이'의 모습을 보였다.
SBS 'TV동물농장'
영상을 본 태훈 씨는 "얘가 왜 쿠자냐면 '냥쿠자'라고 한다. 온 동네방네 싸우고 다니고 막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라며 놀라워 했다.
동네에서는 소문난 '싸움 냥이' 쿠자는 까망이에게 자신의 밥을 기꺼이 양보하고 집까지 내어줬다. 자신의 영역을 통째로 나눠준 셈이다.
녀석은 아픈 친구 곁을 그림자처럼 묵묵히 지켰다.
다행히 태훈 씨가 동물농장에 제보한 덕에 쿠자의 바람처럼 까망이가 구조될 수 있었다.
SBS 'TV동물농장'
동물병원 검진 결과, 까망이는 소뇌 형성 부전이라는 선천적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소뇌 형성 부전은 고양이의 균형 감각과 운동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학적 질환으로, 까망이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설명해 준다.
수의사는 "까망이가 이대로 야생의 길냥이로 지내면 야생동물의 공격도 받을 수 있고 사망할 가능성이 많다. 어쨌건 쿠자를 만난 건 까망이 입장에서는 천운이다"라고 말했다.
까망이는 특별한 보호와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기에 전문보호기관으로 옮겨져 안정적인 케어를 받게 됐다.
태훈 씨는 쿠자를 정식으로 입양해 가족이 됐다. 이제 쿠자는 더 이상 울지 않고 새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 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굳건히 지켰고, 쿠자의 진심이 밝혀지는 순간 최고 시청률 5.4%까지 치솟았다.
친구를 위해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던 고양이의 감동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냥아치인줄 알았는데 천사 냥이였다", "동물도 저렇게 친구를 위하다니", "녀석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입양해 주셨다니 정말 감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