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 아래 묶여있던 '표범 개'
34℃가 넘는 무더위에 쇠사슬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던 유기견의 사연이 전해진 가운데 녀석의 몸에 그려진 표범 무늬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동물 전문 매체 더도도(The Dodo)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애리조나 동물보호협회(AHS)는 극심한 더위 속 짧은 목줄로 철조망에 묶인 채 방치된 개 한 마리를 구조했다.
당시 현장 기온은 34℃에 달했으며, 개는 물 한 모금 없이 직사광선에 노출된 채 심하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Arizona Humane Society
AHS 조사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발견한 상황은 신고 내용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개는 쇠사슬로 철조망에 묶인 채 64℃에 달하는 뜨거운 포장도로를 피하기 위해 좁은 흙길 위에 간신히 서 있는 모습이었다. 누군가 녀석을 일부러 묶어 놓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특히 녀석의 몸에는 무지개색의 표범 무늬가 그려져 있어 조사관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처참한 모습에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Arizona Humane Society
조사관은 녀석의 젖이 불어있는 것을 보고 근처에 강아지들이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AHS 현장 관리자 루시 지저스(Ruthie Jesus)는 "보통 묶여있는 개들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매우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이. 그런데 이 개는 매우 온순했다"라고 회상했다.
조사관들이 물을 주고 뜨거운 보도 위에 수건을 깔아주자, 녀석은 즉시 물을 들이켜고 수건 위에 지친 몸을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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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어미 개와 아홉 마리 강아지들의 구조
경찰은 개의 주인을 찾아내 조사했다. 주인은 약 한 달 전 길에서 데려왔다고 주장했으며, AHS 조사관을 강아지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집 안에는 태어난 지 겨우 3주 밖에 되지 않은 아홉 마리의 강아지들이 있었다.
이 어린 강아지들은 어미 곁에서 하루 종일 젖을 먹어야 할 나이였지만, 어미 개는 바깥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본 지저스는 주인이 더 이상 개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주인은 모든 개를 즉시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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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조된 어미 개(다섯 살로 추정)와 아홉 마리 강아지들은 즉시 동물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를 받았다.
땡볕 아래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어미 개의 몸은 아직 뜨거운 상태였다. 수의사들은 녀석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차가운 물수건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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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들의 진단에 따르면, 어미 개는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체중을 더 늘려야 하지만 너무 마른 상태였다. 다행히도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의 몸에 그려진 표범 무늬에 대해 지저스는 "전 주인이 단순한 허영심 때문에 직접 마커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염증이나 자극 증상은 없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들은 어미 개에게 '레인보우 브라이트(Rainbow Brite)'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아홉 마리 강아지들은 '스프라이트(Sprite)'라고 부르고 있다.
AHS는 녀석을 구조할 수 있도록 신고해 준 시민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10마리의 개들은 현재 모두 안전한 임시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으며, 강아지들이 최소 생후 8주가 될 때까지 함께 지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