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시니어 인턴의 새로운 도전
"회사 생활이요? 한마디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상당히 행복합니다. 할 일이 없는 고통을 당해보지 않았으면 이 마음 모를 거예요.".
지난 11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한 오창규(67)씨는 회사 생활의 힘든 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의 대답에는 일터로 돌아온 시니어의 진솔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오씨는 현재 디지털 마케팅 기업 피티코리아(PTKOREA)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피티코리아는 작년 10월 '시너Z' 프로젝트를 통해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인턴을 채용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최종 선발된 11명의 시니어 인턴들은 짧은 교육 과정을 마친 후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초기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각자의 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Z세대 직원들과 원활한 협업을 이루며 조직 내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30년 IT 경력에서 갑작스러운 퇴직까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오씨는 30년간 IT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987년 프린터 및 PC 제조 업체 휴렛패커드(HP)에 입사해 14년간 근무했으며, 이후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해 이사, 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그러나 정년 퇴직을 5개월 앞둔 시점에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제안을 받게 됐다.
오씨는 "제안이 아니라 권고, 어쩌면 강제일 수도 있었다"며 "일주일 고민 끝에 회사를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퇴직 이후 오씨의 일상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없다는 현실부터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사업하는 지인들을 만나러 가기도 했지만,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 못한 채 안부만 묻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 연휴에 쉬는 기분과 할 게 없어서 집에서 쉬는 건 천지차이"라며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은 할 일 없이 집에서 놀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도 쉬어야 하는 날이 온다는 게 제일 두려운 일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왜 이렇게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할까 생각해봤는데, 아마 평생을 직장에 다녀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8년 만의 재취업, 새로운 시작
퇴직 후 오씨는 창업 관련 교육을 수료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재취업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열 군데 이상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회신이 온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전환점은 작년 9월 피티코리아의 시니어 인턴 면접이었다. 합격 통보를 받은 오씨는 8년 만에 첫 출근을 하게 됐다.
그는 "옷을 차려입고 나간다는 그 자체가 감격스러웠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의 감정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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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코리아의 인턴십은 3개월 계약 후 최대 3번까지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실력을 인정받은 오씨는 현재 3번의 연장 계약을 모두 체결한 상태다.
세대 간 협업의 성공 사례
오씨의 상사인 이주은(31)씨는 "저보다 확실히 경험과 연륜이 많으시니까 제 표정만 봐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안다"며 시니어 인턴과의 협업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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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힘든 일이 있던 날이었는데, 저를 따로 불러서 '괜찮나. 걱정된다'고 한마디를 하고 가셨다. 퇴근 전에는 제 자리에 커피 하나를 올려놓고 가셨더라"고 말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추억도 많이 쌓고, 도움도 많이 받아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며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같이 고생하면서 계속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피티코리아 관계자는 "연령이나 세대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함께 협력하는 것임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감했다"며 "시니어의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