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28일(월)

"시험기간 힘내세요"... 대학교 찾아가 후배들에게 도시락 돌린 30대 자영업자

후배들 위한 따뜻한 도시락, 전남대에서 시작된 작은 기적


지난 23일 전남대 광주 캠퍼스 도서관별관 앞은 시험 기간 동안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해가 질 무렵, 학생들이 줄을 서 있는 곳에 오토바이를 타고 한 남성이 다가왔다. 


그의 오토바이에는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큰 상자가 실려 있었다. 상자 안에는 따뜻한 도시락이 가득했다. 도시락을 받은 학생들은 밝은 표정으로 "시험 잘 보세요", "꼭 A+ 받으세요"라는 응원을 받았다. 


인사이트지난 23일 전남대학교 광주캠퍼스 도서관 별관 앞에서 김섭 씨가 후배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 뉴스1


뉴스1에 따르면 이 도시락을 나눠주는 사람은 전남대 후문에서 '오늘 하루가'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섭 씨(37)다. 그는 전남대 법학과 출신으로, 시험 기간에 지친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매일 50인분의 도시락을 준비해 나눠주고 있다.


김 씨는 낮에는 밥집, 밤에는 술집으로 운영되는 자신의 가게에서 판매하는 음식과 안주를 도시락처럼 만들어 제공한다. 


유부초밥부터 소시지, 초콜릿과 자양강장제 음료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도시락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벤트는 얼마 전 시작되었지만 이미 전남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씨에게 감사를 표하는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사이트김 씨가 후배들에게 나눠준 간식 / 뉴스1


이벤트 첫날에는 지나가는 이들을 붙들고 나눠줘야 했지만, 이제는 미리 공지하면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금방 매진될 정도다.


그러나 무료로 도시락 이벤트를 진행하는 김 씨에게도 고민이 많다. 2018년 가게를 연 이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손님이 줄었고, 작년 추석 이후로는 매출도 부쩍 떨어졌다. 하루 손님이 20~30%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김 씨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 상권 자체의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다채로운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다가 대학가 영업에서는 '학생들과의 상생'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앞으로의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기말고사에도 간식 이벤트를 이어갈 예정이며, 주변 가게와 협력해 더 큰 규모로 확장할 생각이다. 


김 씨는 "대학 시절 시험 기간에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후배들에게 잠시나마 든든히 배를 채우고 기분 전환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가 상권이 지금 참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학생들과 함께 가야 한다"며 "간식을 받은 후배들이 '시험 끝나고 꼭 갈게요'라고 말해줄 때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힘든 시기에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헤쳐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