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고 느낀 순간...14층에서 떨어진 여성
현직 소방관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백경(필명)이 추락 사고 현장에서 느낀 처절한 순간을 전했다.
지난 25일 백경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엑스, 옛 트위터)에 출동 상황을 공유했다. 그의 게시글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9만 회 이상 조회됐고, 720여 개가 넘는 '좋아요'와 70회 넘는 리트윗(재게시)을 기록하며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백경은 출동 당시 상황을 '무섭다'는 한 단어로 압축했다. 한 여성이 아파트 14층에서 추락해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가까이 갈 수가 없다. 출동 중에 파란색 니트릴 장갑에 손가락을 끼워 넣으며 생각했다. 맞아, 원래 무서운 일이었지. 사람이 죽는다는 건"이라고 전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성은 화단에 누운 채 눈을 뜬 상태였지만,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었다. 백경과 구조대원들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지만,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진 지 30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백경은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느낀 생생한 촉각을 "가슴 압박 중에 흉곽이 무너지는 느낌이 있었다. 스트레스볼을 누르는 감촉과 비슷했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는 더 쌓였다"라고 숨김없이 털어놨다. 스트레스볼은 물렁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장난감을 말한다. 하지만 당시 백경이 느낀 것은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무거운 감정뿐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하늘만 봤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실려간 병원 소생실에서 30분 만에 사망 선고를 받을 때까지"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백경은 '아파트 14층에서 몸을 던진 사람의 죽음에 관해 나에게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어 "내 탓이 아니라고, 당연한 죽음이라고 납득시키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솔직히 밝혔다.
짧은 구조 과정이었지만, 백경은 '체온을 나눈 사이'라는 표현을 쓰며 현장에서 느낀 정서적 거리감의 붕괴와 구조대원으로서의 깊은 책임감을 토로했다.
백경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고생하셨다", "하루하루 어떻게 사는지 상상할 수가 없다" 등 위로와 공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