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28일(월)

벽돌과 수장한 내연녀... 전남 백야도에서 발견된 시신이 말해준 진실

보험금을 노린 잔혹한 살인 사건


12년 전인 2013년 4월 24일, 전남 고흥 나로도 인근에서 한 여성이 바다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자 B씨(당시 42세)는 전날 여행차 방문했다가 새벽에 귀가하던 중 일행 A씨(당시 34세)가 선착장에서 바다에 추락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신고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함께 있던 C씨(당시 43세)도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출동한 경찰과 구조대는 현장에서 실종자의 운동화 한 짝만 발견했을 뿐 시신은 찾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단순 실족 사고로 판단하고 한 달 반 동안 수색을 진행했지만 결국 시신을 발견하지 못해 수사를 중단했다.


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그러나 수사 중단 다음날인 2013년 6월 7일, 여수 백야도에서 한 어민이 시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심하게 부패한 여성의 시신을 확인했는데, 시신은 철망에 감겨 있었고 앞니가 부러져 있는 등 타살 가능성을 시사하는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손가락에서 채취한 소량의 지문을 통해 시신이 실종된 A씨임을 확인했다.


4억 원대 보험금과 내연 관계의 비밀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평소 빚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친정아버지가 4,000만 원, 전 남편이 6,000만 원 정도의 빚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


A씨는 결혼 후 씀씀이가 커지면서 남편 몰래 사채를 이용했고, 이로 인해 2012년 이혼까지 하게 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사팀은 신고 당시 B씨의 태도가 지나치게 차분했던 점과 시신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의심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A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 4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했으며 총 보험금이 4억 3,000만 원에 달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보험금 수령자가 갑자기 D씨(당시 34세)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D씨와 A씨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D씨는 A씨에게 사채를 빌려준 사채업자이자 내연 관계였음을 확인했다. 또한 B씨와 C씨는 A씨와 3년 전 네일아트 샵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사이였다.


벽돌과 철망으로 수장된 계획적 살인


경찰의 집중 수사 끝에 D씨, B씨, C씨 3명은 결국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들의 자백에 따르면, D씨는 두 여성에게 4억 원이 넘는 보험금을 나눠 갖자며 범행을 제안했다.


범행 당일, 이들은 한 식당에서 A씨에게 수면제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해 잠들게 한 후, 다음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시멘트 블록, 철망, 벽돌과 함께 묶어 여수 백야대교 아래 바다로 유기했다. 


단순 실족 사고로 위장하려 했지만, 한 달 후 발견된 시신이 그들의 계획적 범행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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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사망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다음 평소 가까이 지내던 A씨를 살해한 뒤 시체를 바다에 유기했다"며 D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B씨와 C씨에게도 각각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2심에서는 D씨에 대해 "생명을 경제적인 이득으로 생각하고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무기징역으로 형을 높였다.


반면 B씨와 C씨는 D씨의 제의로 범행에 가담했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5,000만 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해 각각 징역 12년과 15년으로 감형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대법원은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보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살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거나 명시적으로 공모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공동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 연락이 있으면 살해 공모 사실을 인정할 만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금전적 이득을 위해 친분 관계를 이용한 잔혹한 살인 사건으로, 범행 후 단순 사고로 위장하려 했으나 결국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한 사례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