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1일(월)

시신 수 부족해 한번도 실습 못한 의대생 위해 VR로 '해부학' 배울 수 있게 해준 경희대 교수

인사이트김도경 경희대학교 의예과 교수 / 사진 제공=경희대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가상현실(VR) 해부학 콘텐츠를 만들었다.


지난 1일 연합뉴스는 김도경(40)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가 VR 해부학 영상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학생들과 직접 카메라로 해부학 수업 과정을 촬영하고 편집해 실습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수술대 위 해부용 시체가 눈에 들어오는데, 고개를 들면 파란색 실습복을 입고 마스크를 낀 학생들이 보인다.


인사이트김도경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가 만든 해부학 VR 콘텐츠 / 사진 제공=김도경 교수


"긴 엄지 굽힘근 옆에는 깊은 손가락 굽힘근이 위치합니다. 이 두 근육을 양쪽으로 벌리면…"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시신의 손가락 근육 위에서 바삐 움직이는 학생들의 손이 눈 앞에 펼쳐진다.


김 교수는 "해부학은 3차원 구조와 현장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3년 전 해부학 관련 VR 애플리케이션(앱)을 처음 발견한 뒤 곧바로 수업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VR 앱에는 종종 잘못된 정보나 실제 실습과는 괴리감이 큰 가상의 이미지가 나오곤 했다. 이에 김 교수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학생들에게 실습 전 충분히 동영상을 보고 오도록 하는데도 실제로 메스를 들면 피부 벗기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한다. 진짜 참고할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만든 콘텐츠는 경희대 의대 학생뿐 아니라 보건 계열 학과와 타 대학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해부학 교육 목적으로 영상 사용을 요청하는 기관에는 콘텐츠를 무료로 공유하고 있고, 한국어와 영어 자막을 삽입해 해외에서도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의대생들에게 직접 메스를 들고 해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시신 수가 부족해 그렇게 못하는 곳도 많다"며 "교수가 실습하고 학생은 참관만 하거나 실습실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 교수는 콘텐츠 제작에 학생들의 도움을 받곤 있지만, 준비 과정부터 대본과 영상 확인, 피드백, 편집에서 업로드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함께한다.


업무량이 이전의 5~6배가 됐다면서도 학생들이 내는 보고서의 퀄리티가 확연히 좋아지는 걸 보거나 '얻어가는 게 많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다른 대학들과 협력하며 해부학계의 'K-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그는 "전 세계 어느 의과대·간호대·보건대에서도 '한국에서 만든 플랫폼에 들어가면 양질의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게 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매체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