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판단 능력을 잃기 전 미리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캐나다 전역에 마련된다.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이나 난치병으로 의식을 잃더라도 환자 본인의 사전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7일 캐나다 연방정부는 판단 능력을 잃을 상황에 대비해 성인이 안락사를 사전에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숀 프레이저 캐나다 법무장관은 "의사결정 능력을 잃게 만드는 불치병을 진단받더라도 당사자의 의사가 끝까지 존중받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이어 "환자를 보호하고 외부의 강요 없이 오직 자발적인 판단으로만 결정되도록 엄격한 안전장치를 병행해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사전 신청만으로 안락사가 즉각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집행 단계에서 환자가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는 등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만 절차가 진행된다. 법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각 주 및 준주가 관할 지역 내 도입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정해야 최종 효력을 갖는다.
캐나다 내에서는 퀘벡주가 이미 사전 신청 제도를 가동 중이며, 해외에서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페인 등이 같은 방식을 인정하고 있다.
캐나다는 2016년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조력사망을 처음 법제화한 뒤 적용 대상을 꾸준히 넓혀왔다. 2021년에는 법을 고쳐 당장 임종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질환을 앓는 환자까지 신청 자격을 확대했다.
반면 장애인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권익 옹호 단체인 '인클루전 캐나다'의 크리스타 카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동의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안전판"이라며 "의회가 환자의 직접 동의 원칙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