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난바의 대형 마트 '라이프' 매장. 퇴근길 주부들 사이로 캐리어를 끌고 온 한국인 여행객들이 간장 코너 앞에 멈춰 선다.
선반 위 '혼다시'와 '멘쯔유' 병을 양손 가득 집어 드는 손길에 망설임이 없다. 면세점 명품관도, 번화가 기념품 숍도 아닌 동네 슈퍼마켓이 요즘 여행 고수들의 마지막 쇼핑 코스로 꼽힌다.
면세점 대신 동네 마트로
엔저 장기화로 일본 여행객 수가 늘면서 쇼핑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긴자나 신주쿠의 백화점, 돈키호테 같은 대형 할인점이 기념품 쇼핑의 정석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라이프', '이온', '교에이' 등 현지인이 실제로 장을 보는 로컬 슈퍼마켓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관광객 동선에서 다소 벗어나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차이가 크다는 게 반복 방문 여행객들의 공통된 경험담이다.
돈키호테는 관광객 밀집 지역에 자리한 만큼 임대료와 관광세가 가격에 반영돼 있는 반면 로컬 마트는 순수하게 현지 주민을 상대로 한 박리다매 구조라 같은 제품도 가격 차이가 벌어진다. 특히 도톤보리나 신주쿠 가부키초 인근 돈키호테 매장은 외국인 전용 가격표를 별도로 붙여두는 경우도 있어 같은 브랜드, 같은 용량 제품이라도 매장 위치에 따라 체감 가격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체감 가격 차이는 품목에 따라 10~20% 수준으로 보고된다. 350엔대에 판매되는 '혼다시' 가다랑어 육수 분말이 로컬 마트에서는 250엔 안팎에 거래되는 식이다.
대용량 '기코만' 간장이나 '모리나가' 고체 카레 엑기스 역시 돈키호테 관광객가와 마트 정가 사이에 수백 엔의 격차가 생긴다.
여행 전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같은 제품인데 영수증 금액이 다르다"는 후기가 꾸준히 올라온다.
한 번에 여러 품목을 구매하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이 격차가 쌓여 전체 쇼핑 예산에 영향을 준다. 예컨대 간장, 멘쯔유, 카레 엑기스, 스낵류 등 10여 품목을 한 번에 구매하는 경우 로컬 마트와 관광지 할인점 사이의 총액 차이가 수천 원대에서 많게는 1만 원 이상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여행 후기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실패 없는 장바구니 리스트
현지 주부들의 장바구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품목이 곧 실패 없는 선물 리스트로 통한다.
만능 간장소스로 불리는 '멘쯔유'는 우동 국물부터 계란말이, 조림 요리까지 두루 활용 가능해 요리에 관심 있는 지인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
고체 형태로 압축된 카레 엑기스는 물에 녹여 끓이기만 하면 완성돼 조리 과정이 번거롭지 않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가다랑어포 육수 분말인 '혼다시'는 일본 가정식 베이스로 쓰이는 만큼 활용도가 높아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데리야키 소스, 폰즈 소스, 시치미 등 조미료 코너 전반이 선물용으로 자주 거론되는 품목군이다.
지역 한정판 스낵류도 마트 쇼핑의 핵심 품목이다. 전국 편의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지역 한정 포테이토칩,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현지 전용 초콜릿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형 마트는 관광객용 선물 포장 코너를 따로 운영하지 않는 대신 낱개 구매가 자유로워 예산에 맞춰 수량을 조절하기 쉽다는 점도 실속 여행객들 사이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카드 결제 시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부분으로, 일부 대형 마트 체인은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여권 제시로 면세 처리를 해주기도 해 결제 전 매장 안내판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면세 등록이 안 된 매장이라면 세금이 포함된 가격이라도 돈키호테 관광객가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면세 여부와 별개로 가격표 자체를 비교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쇼핑 전 확인할 것들
로컬 마트 쇼핑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실용 정보를 미리 점검하는 게 좋다. '라이프'와 '이온'은 대도시 주택가 인근에 매장을 두고 있어 관광 명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숙소 인근 매장을 사전에 검색해두거나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 코스로 동선을 짜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영업시간은 매장마다 다르지만 대형 마트는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에서 11시까지 운영돼 늦은 시간에도 방문이 가능하다는 점이 관광객 입장에서는 강점이다. 이온몰처럼 쇼핑몰 형태로 운영되는 대형 매장은 마트 외에 생활잡화점, 드러그스토어, 푸드코트가 함께 입점해 있어 한 장소에서 선물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동선을 짜는 데 참고할 만하다.
결제 수단 역시 변수다. 일부 로컬 마트는 여전히 현금 결제 비중이 높거나 해외 발급 카드 결제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어 사전에 소액 현금을 준비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짐 무게가 부담된다면 식료품보다는 부피가 작고 가벼운 조미료·스낵류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수하물 관리에 유리하다.
최근에는 이 같은 로컬 마트 쇼핑 노하우를 정리한 여행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 후기가 늘면서 초보 여행객도 참고할 정보가 풍부해진 상태다.
일본정부관광국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한국발 방일 수요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이 같은 실속형 쇼핑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엔화 환율 변동폭이 여전히 큰 만큼 출국 전 환전 시점을 조정하거나 현지 ATM 인출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가 비용을 줄이려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