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적법 판단
20Gbps 실제 구현 환경 없었는데 "2.5GB 1초 전송" 광고
민사 손배소와 달리 행정소송선 소비자 오인성 인정
LG유플러스가 5G 서비스 속도를 초당 20기가비트(Gbps) 수준으로 알린 광고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벌인 행정소송에서 졌다. 법원은 실제 사용 환경에서 구현할 수 없는 기술표준상 목표 속도를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속도처럼 표시했고, 정부 품질평가에서 5G 속도가 가장 느렸던 상황에서도 경쟁사보다 빠르다고 광고했다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3부는 LG유플러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4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공정위가 2023년 LG유플러스에 부과한 28억5000만원 과징금 처분을 유지한 것이다.
공정위는 당시 이동통신 3사가 5G 서비스 속도를 거짓·과장하거나 기만적으로 광고했다고 보고 총 336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SK텔레콤 168억2900만원, KT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 28억5000만원이었다. LG유플러스 과징금은 3사 중 가장 작았지만, 법원이 처분 취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공정위 판단이 먼저 유지됐다.
'이론상 속도'를 실제 속도처럼
문제가 된 광고는 2017년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이어졌다. LG유플러스는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통해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로 LTE보다 20배 빠른 것처럼 알렸다. "2.5GB 대용량 파일을 단 1초 만에 보낼 수 있다", "8K 초고해상도 영상을 끊김 없이 볼 수 있다"는 문구도 사용했다.
LG유플러스는 재판에서 20Gbps가 이론상 최대속도이고 성능이 점진적으로 구현될 것이라는 취지로 광고했다고 주장했다.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라면 이를 실제 속도로 오인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20Gbps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구현될 수 없는 이상적 조건을 전제로 한 최고 속도였고, 당시 이를 구현할 기지국과 단말기 등 환경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LG유플러스 5G 서비스가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더 문제 삼은 대목은 비교 광고였다. LG유플러스는 객관적 근거 없이 자사 5G 서비스가 경쟁사보다 빠르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LG유플러스의 5G 서비스 속도는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느렸다. 재판부는 LG유플러스가 자신에게 유리한 단말기로 측정한 결과만 발췌해 광고한 점도 기만적 광고 판단 근거로 삼았다.
민사 승소와 갈린 행정 판단
이번 판결은 최근 5G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 흐름과 결이 다르다. 소비자들이 통신 3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는 광고와 5G 가입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통신사들이 승소했다. 20Gbps 속도 보장이 약관에 들어 있지 않았고, 가입 결정에는 단말기 교체와 보조금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는 판단이었다.
행정소송에서 본 기준은 달랐다. 재판부는 개별 소비자의 손해 입증보다 광고가 일반 소비자에게 오인을 일으킬 우려가 있었는지를 봤다. 5G는 상용화 초기 신기술이었고, 데이터 속도를 검증하려면 전문지식과 장비가 필요했다. 광고를 접한 소비자 상당수가 표시된 속도를 실제 속도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온 배경이다.
LG유플러스가 주장한 과징금 산정 재량권 일탈·남용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광고가 소비자의 이동통신 서비스 구매 결정을 방해하고 관련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공정위 의결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불복하면 서울고법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는다. SK텔레콤과 KT도 같은 공정위 처분을 두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의 상고 여부와 공정위 처분 이행 일정은 아직 남은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