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4일(일)

"메모리 6억·DX 600만원"... DX조합원 1만명 증가하자 '투표 제외'시킨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내부 갈등이 법정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 이후 반도체(DS)부문과 모바일·가전(DX)부문 간 대립이 노조 간 '대리전'으로 번지면서 투표권 배제 논란까지 불거졌다.


삼성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22일 오전 10시 동행노동조합(동행노조)에 잠정합의안 투표권이 없다고 통보했다.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가 4일 공동교섭단 참여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에 지위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가 시작되는 22일 수원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열린 임금교섭 장점협의안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이호석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수원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동행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수원지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약 2시간 후 수원캠퍼스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구정환 동행노조 사무국장은 "DX부문을 패싱하는 합의안의 실체가 드러나자 하루 사이에 동행노조 조합원이 1만 명 늘었다"며 "결집된 표심이 두려워 투표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행노조는 구체적인 법적 대응 계획도 공개했다. 23일 투표 중지·효력정지 가처분 및 투표무효 확인소송을 위한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26일경 수원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교섭대표노조는 단체교섭 체결 권한이 있어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 반드시 타 노조 조합원을 참여하도록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했다. 초기업노조의 투표권 배제 결정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투표권 배제로 잠정합의안 가결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27일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실제 총투표권자는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를 합쳐 7만여 명이다.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 뉴스1


과반 가결에는 약 3만50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동행노조 1만여 명이 포함됐다면 과반 요건이 4만 명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초기업노조 내부 구성을 보면 DS부문 메모리사업부 투표 인원이 2만4000명으로 가장 많다.


여기에 DS부문 연구개발(R&D)이나 경영지원 등 공통 부문 조합원 2만2000여 명 중 다수가 찬성하면 가결 요건에 근접한다. 


1만7000여 명 규모의 비메모리 조합원 표심이 마지막 변수지만, 동행노조 1만여 명의 반대표가 배제된 만큼 높은 찬성률로 통과할 전망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이번 투표 결과를 초기업노조의 성적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동행노조는 투표권 박탈 통보와 관계없이 자체 투표를 강행하고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 뉴스1(공동취재)


DX부문의 불만은 보상 체계의 불공정성에서 비롯됐다. 


이호석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반도체가 적자를 보며 투자하는 '역발상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DX부문의 안정적 영업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창출된 성과를 특정 부문만 챙기는 것은 '원 삼성(One Samsung)'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누적 영업이익은 DX부문 약 242조5000억 원, DS부문 약 264조3000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 시설 투자(CAPEX)의 80∼90%는 반도체 부문에 집중됐다.


이 지부장은 "1000명 넘는 DX 직원들은 사내 메신저에 '타협안 부결' 등을 표기하며 항의 중"이라며 "시스템LSI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와 부결을 위한 공동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