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36)이 그룹 공식 채널을 통해 전 계열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첫 공식 메시지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그동안 내부 경영에 집중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던 이 그룹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총괄하는 사령탑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냄에 따라, 재계에서는 CJ그룹의 4세 승계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그룹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계열사 오픈이노베이션(O/I) 협의체 밋업' 행사를 직접 주도했다. 이 자리에는 CJ제일제당, CJ온스타일, CJ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계열사에서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그룹장은 2025년 11월 미래기획그룹장에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대외적인 메시지를 발표하며, 그룹 내 흩어져 있던 혁신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것을 주문했다.
이 그룹장은 현장에서 "그동안 각 계열사가 필요에 따라 '각개전투'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만났다면, 이제는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서로 연결돼야 한다"며 강력한 시너지 창출을 주문했다. 특히 CJ그룹이 식품, 물류, 커머스 등 다양한 이종 산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관점에서는 결국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하나의 접점으로 묶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품 스타트업이 대한통운의 물류망을 이용하거나, 뷰티 브랜드가 온스타일과 올리브영의 인프라를 동시에 활용하는 구체적인 협업 모델이 이 그룹장이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다.
또한 이 그룹장은 벤처 투자를 '수목원 관리'에 비유하며 장기적인 안목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벤처 투자는 수목원 관리처럼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수 대비 성과(ROI)가 즉각 나오지 않아 조직 내에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야말로 우리 같은 대기업이 생태계를 위해 지속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협의체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셔을 지속할 수 있는 통로가 되도록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세일즈 기회를 만드는 통로가 되도록 발전시키자"고 당부했다. 이는 단기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그룹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이 그룹장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현장 점검 이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이재현 회장의 올리브영 현장 방문 당시 동행하며 눈도장을 찍은 데 이어, 그룹 홈페이지에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전면 게재된 것은 사실상 '승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그룹장이 개인 최대주주(지분 11.04%)로 있는 CJ올리브영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급성장하면서, 향후 올리브영과 지주사 CJ 간의 합병 등을 통한 승계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CJ그룹은 이번 협의체 발족을 계기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더욱 체계화할 방침이다. 연 2회 정례 밋업을 운영하고 계열사 간 투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전문 심사역 교육 과정을 신설해 내부 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그룹장의 주도하에 CJ그룹이 '라이프스타일 혁신'을 실현하며 승계 정당성과 경영 능력을 동시에 입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