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9일간의 도주 끝에 무사히 포획됐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늑구는 수색대의 추적을 피해가며 야생에서 버텨냈고, 물고기와 소형 동물 사체를 섭취하며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대전시는 늑구가 이날 0시 44분경 대전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나들목 인근에서 생포됐다고 밝혔다.
수색팀은 전날 오후 뿌리공원 근처에서 접수된 시민 신고를 바탕으로 수색을 재개했고, 오후 11시 45분경 늑구를 발견해 마취총 1발을 발사한 후 약 30분 만에 포획에 성공했다.
포획 후 실시한 검진에서 늑구의 맥박과 체온은 정상 수치를 보여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X레이 촬영 결과 길이 2.6㎝의 낚싯바늘이 발견되어 내시경을 통해 제거 수술을 받았다.
늑구의 탈출은 이달 8일 오전 9시 18분경 오월드 사파리 철조망 하부를 파고 시작됐다. 울타리 밑 흙을 파내어 틈새를 만든 후 외부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 초기에는 오월드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목격됐지만, 이후 인근 야산으로 이동해 행방을 감췄다.
9일 새벽 열화상 카메라로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재차 발견됐으나, 드론 배터리 교체 중 놓치면서 추적이 중단됐다. 이후 이틀간 계속된 비로 인해 드론을 활용한 수색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환점은 13일 밤에 찾아왔다. 오월드 인근 무수동과 구완동 지역에서 "늑대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연이어 들어오며 늑구의 위치가 다시 파악됐다.
당시 마을 근처까지 내려온 늑구가 개에게 쫓기며 도로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차량 블랙박스에 녹화되기도 했다.
14일 새벽에는 오월드에서 약 2㎞ 떨어진 지점에서 늑구가 발견되어 당국이 트랩을 설치하고 경찰 기동대를 동원한 본격적인 포획 작전을 전개했다.
오전 5시 50분경에는 물가에서 늑구와 대치 상황이 벌어졌지만, 늑구는 포위망을 뚫고 재차 도주했다. 탈출 후 체력이 크게 약해졌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옹벽을 뛰어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
수색이 다시 미궁에 빠진 듯했지만, 16일 밤 늑구의 움직임이 재포착되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신고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을 수색하던 당국이 안영IC 인근에서 위치를 확정했고, 자극을 최소화하며 접근한 결과 17일 새벽 생포에 성공했다.
늑구가 약 열흘간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동 패턴과 주변 환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시는 늑구가 광범위한 이동보다는 특정 구역에 은신하며 짧은 거리만 이동하는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탈출 후 내린 비 역시 생존에 도움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늑구는 숲 곳곳에 고인 빗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개구리나 소형 동물 사체 등을 섭취하며 체력을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포획 당시 체중은 다소 감소했지만 빠른 움직임이 가능할 정도의 체력은 보유하고 있었다.
대전도시공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이날 오월드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늑대 탈출 사건으로 시민 여러분께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동물 탈출 사고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로 확산될 전망이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박찬민 변호사는 "1차적 책임은 동물원에 있지만 시설 설치와 운영을 감독하는 기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동물의 습성을 고려한 시설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