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스마트폰이 초고화질 카메라를 앞세우며 경쟁하는 가운데, 20여 년 전 출시된 구형 디지털카메라가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놀(디지털카메라+놀이)'이라 불리는 이 문화는 단순한 복고 열풍을 넘어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업계 및 소셜미디어 동향에 따르면, 엑스(구 트위터)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디놀' 참여자를 모집하는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디놀'은 지난 2023년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인기와 함께 등장한 '농놀(농구놀이)'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참여자들은 온라인에서 만난 '디친(디지털카메라 친구)'과 함께 출사를 떠나거나, 카페에 모여 각자의 카메라를 모아놓고 촬영하는 '떼샷'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현재 출시된 아이폰17과 갤럭시S25 등 최신 스마트폰이 5000만 화소에 가까운 초고화질을 구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들이 선호하는 디지털카메라는 200만~1000만 화소 수준의 저사양 제품들입니다.
MZ세대가 이러한 '낮은 스펙'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선명하고 깔끔한 고화질 이미지 대신, 노이즈가 살아있고 색감이 빈티지한 저화질 사진이 별도 보정 없이도 '힙한' 감성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직관적인 터치스크린 조작 방식을 벗어나 물리적인 버튼을 눌러 촬영하는 '아날로그적 손맛' 역시 인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열풍은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희귀 모델이나 유명 연예인 사용 제품이 10만원대 후반부터 최대 40만원대까지 거래되며, 출시 당시 가격을 상회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에서는 2만~5만원대 저가형 토이카메라가 '가성비 입문용'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다이어리 꾸미기 문화와 유사하게, 카메라 본체에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스트랩을 장착하는 '디꾸(디지털카메라 꾸미기)' 문화도 정착되었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세대 간 소통의 다리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2000년대 초반 사용했다가 서랍에 보관해둔 '캐논 익서스' 등 구형 모델을 자녀들이 물려받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딸이 유행이라며 30년 된 디카를 찾아달라고 했다", "버리지 않고 뒀던 디카가 자녀의 여행 필수템이 됐다"는 부모들의 경험담이 연일 올라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