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시기는 기업에도 가장 숨이 가빠지는 시간입니다. 협력사들은 급여와 원재료 대금을 계산하고, 중소기업들은 명절 물량을 마무리하며, 유통 현장에서는 소비가 한꺼번에 몰립니다. 이 시기에 자금 흐름이 한 번만 지체돼도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으로 내려갑니다.
삼성은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회사들이 보다 원활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물품 대금 7,300억원을 연휴 이전에 조기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중공업, 삼성E&A, 제일기획, 에스원 등 12개 관계사가 참여하며, 회사별로는 당초 지급일보다 최대 18일까지 앞당겨 집행될 예정입니다.
9일 삼성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명절을 앞둔 협력사들의 현금 흐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맞춰 이뤄졌습니다.
삼성의 주요 관계사들은 협력회사들의 자금 운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2011년부터 물품 대금 지급 주기를 기존 월 2회에서 월 3~4회로 늘려 운영해 왔습니다. 설을 앞둔 시점에는 이 같은 지급 구조를 활용해 실제 체감 시점을 더 앞당긴 셈입니다.
자금과 함께 소비의 흐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국 특산품과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설 맞이 온라인 장터'를 1월 하순부터 2월 중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중공업, 삼성E&A,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등 17개 관계사가 참여했습니다.
온라인 장터는 회사 차원의 일괄 구매가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의 선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농축수산물과 지역 농가 상품,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장터에 올라왔고, 임직원들은 설 선물이나 가정용 소비를 위해 직접 상품을 고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설과 추석 명절에는 이 방식으로 35억원이 넘는 상품이 판매됐습니다.
이번 장터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53곳이 참여해 농축수산물과 과일, 가공식품 등 67종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통해 총 3,624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품질 관리, 위생 수준 개선을 거친 제품들이 명절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장터에 올라온 한우와 굴비 등 일부 축수산물은 스마트공장센터가 세척과 포장, 공정 개선을 지원한 제품들입니다. 제조 과정의 정리가 곧 상품 경쟁력으로 이어졌고, 명절이라는 소비 시점을 통해 다시 시장과 연결됐습니다. 기업 지원과 소비가 따로 움직이기보다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 모습입니다.
삼성은 온라인 장터 외에도 일부 사업장에서 오프라인 직거래 장터를 병행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추석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직원 참여를 넓히는 방식도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설을 앞둔 삼성의 이번 행보는 새로운 제도를 내세우기보다, 명절을 앞둔 시장의 흐름이 멈추지 않도록 자금과 소비의 시계를 조금 앞당긴 선택으로 읽힙니다. 숫자보다 시점이, 구호보다 타이밍이 먼저 보이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