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자본 -522억' 에이블리, 선불 충전금 도입하나... "상표권만 출원한 상태"

'에이블리 머니' 도입...충성도 높이기 전략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선불 충전금 서비스를 도입하며 핀테크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지포인트,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선불 충전금 리스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27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선불 충전금 서비스 '에이블리 머니(ABLY Money)'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상표권도 출원한 상태로, 지정 상품에는 △거래승인 및 정산 서비스업 △구매대금 결제중개업 △모바일 할인쿠폰 발행업 등이 포함됐습니다.


선불 충전금은 소비자가 계좌나 카드를 통해 미리 충전한 금액을 플랫폼 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결제 예치금입니다. 고객은 편리한 결제 환경을 경험할 수 있고, 기업은 재구매를 유도하는 '록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에이블리


에이블리는 지난해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에이블리페이'를 선보이며 핀테크 사업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에이블리페이'는 별도 앱 설치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앞세워, 론칭 6개월 만에 이용 고객 120만 명, 누적 결제금액 2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번 '에이블리 머니' 역시 이 흐름을 이어가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매출은 성장세...하지만 적자·자본잠식 지속


에이블리는 올해 상반기 거래액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거래액은 약 1조2000억 원, 매출은 20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2015년 창립 이후 '성장 우선 전략'을 내세워 외형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2021년 매출은 935억 원이었으나 2022년 1785억 원으로 90%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3343억 원으로 전년(2595억 원) 대비 29% 늘었습니다.


에이블리


그러나 수익성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부분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연도별 손실은 ▲2020년 384억 원 ▲2021년 695억 원 ▲2022년 744억 원에 달합니다. 2023년에는 33억 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다시 154억 원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결손금 규모도 확대돼 2020년 143억 원에서 2023년 2043억 원, 지난해 2222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는 -522억 원으로,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무 구조·관리 리스크 지적..."제2의 사태 될 수도"


티몬 측에 환불을 받기 위해 몰려간 피해 고객들 / 뉴스1


이에 업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선불 충전금은 플랫폼의 유동성 위기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머지포인트와 티메프 사태처럼 소비자 예치금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무신사가 금융 전문 자회사 '무신사페이먼츠'를 통해 '무신사머니'를 별도 관리하는 것과 달리, 에이블리는 아직 관리기관이나 전자결제대행(PG)사를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결제 단가가 낮은 에이블리의 특성상, 선불 충전금 서비스 도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와이즈앱 리테일에 따르면 7월 기준 에이블리의 1회 평균 결제금액은 3만 8512원으로, 무신사(7만 5677원), 지그재그(4만 6750원), 쉬인(6만 2153원)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 측은 선불 충전금 서비스가 아직 검토 단계에 있으며, 상표권 출원은 선제적 조치 차원이라는 입장입니다.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며, PG사 선정 등 세부 절차는 향후 진행해 나갈 계획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