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매질로 '실명' 위기 놓인 안양시 삼성천 오리, 또 다른 학대에 세상 떠나
지난해 4월, 안양시 삼성천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던 집오리 가족이 10대 학생들의 무차별 돌팔매질에 크게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당시 일순이, 이순이, 삼순이라 불리는 오리 세 마리가 모두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순이는 실명 위기에 놓였으며 삼순이는 다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일순이는 치료 도중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새벽, 실명 피해를 입었던 오리 '이순이' 역시 또 다른 누군가의 학대 끝에 죽음을 맞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오리 돌보던 이웃이 전한 충격 근황
지난 17일 그동안 오리들을 지켜온 이웃 주민, 이른바 '오리 엄마'는 유튜브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오리 엄마는 "16일 새벽 5시경에 오리 밥을 챙겨주려고 냇가에 와서 애들을 찾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삼순이만 보이고 이순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삼순이는 저를 보더니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도망가기에 급급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이순이를 찾기 시작했고 다리 밑에 엎드려 있는 이순이를 발견했다. 불러도 대답이 없어 가까이 가보니 목 뒷부분에 둔기에 맞은 듯한 상처가 있었고, 이미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기가 막혔고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고 울먹였습니다.
오리 엄마는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에는 촉법소년이라 처벌이 안 됐지만 이번 경우에는 조금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습니다.
홀로 남은 삼순이, 이순이 흔적만 졸졸 따라다녀
이어 "이제 삼순이 혼자 남아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된다. 밥도 먹지 않고 이순이가 죽은 자리에만 머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순이가 다쳤을 때는 삼순이가 꽥꽥거리며 찾았는데, 죽은 걸 아는지 울지도 않고 그 자리를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머문다. 동물은 말을 못할 뿐 다 아는 존재라는 걸 느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벽 3시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냇가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고 몰려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제보도 받았다. 의심은 되지만 수사가 끝난 것이 아니므로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집오리 가족이 무분별한 학대에 희생된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사회는 분노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오리를 향한 반복적인 학대에 누리꾼들은 "생명은 모두 귀하고 소중하다", "너무 참혹한 현실이다", "동물 학대의 심각성을 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처벌도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현행법상 동물 학대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으나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없어 판사의 가치관, 재량에 의해 처벌 수위가 제각기 결정되고 있습니다. 양형기준 마련과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