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3일(토)

"현대차·기아, 한미 '무역협상'으로 손실 1.5조원 감소... 경쟁사들 수익성 감소 커"

한미무역협상 타결로 현대차·기아 관세 부담 줄어들어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최근 한미무역협상 타결에 따른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 부담 완화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한신평이 지난 1일 발표한 '한미무역협상 결과 및 주요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관세로 인한 두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당초 예상했던 약 6.5조원에서 약 5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


2025년 3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와 핵심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명령에 서명하면서, 완성차는 4월 3일부터, 핵심부품은 5월 3일부터 2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2분기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는데요. 


국내 주요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기아의 2025년 2분기 관세부담은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른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률 감소 효과는 2.1%p(10.3% → 8.2%)로 나타났습니다.


유리한 환율효과와 비싼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영향으로 이익을 내는 능력이 다소 약해진 것입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 현대자동차그룹


관세율 인하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


그러나 최근 한미무역협상이 타결되어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3분기부터는 관세로 인한 손실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신평은 25%의 관세율이 계속될 경우 관세로 인한 2025년 합산 영업이익 감소 효과를 약 6.5조원으로 예상했으나, 8월 이후 관세율 10%p 인하를 반영하면 약 5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통해 준중형 세단인 K4를 15만대가량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부담이 일부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품목별 관세 발표 당시에는 미국 내 생산비중이 낮은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실적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실제로는 미국 내 생산비중이 높은 포드 등 현지 회사들의 실적 하락폭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HMGMA)’ 준공식에서 현지 생산된 아이오닉5 차량에 기념서명을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뉴스1


관세가 반영된 2분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현대차·기아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20% 감소하는 데 그친 반면, GM(전년 대비 32% 감소), 포드(전년 대비 73% 감소), 스텔란티스(적자로 전환)는 수익성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경쟁력 유지와 현지화 전략으로 위기 극복


이러한 현상은 미국 회사들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들어가는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50%의 관세가 부과되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각 사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GM은 관세부담으로 2분기에 11억 달러(약 1.5조원), 포드는 8억 달러(약 1.1조원)의 추가 비용을 기록하는 등 자동차 산업 전반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습니다.


품목별 관세 이전에 2.5%의 대미 관세를 부담하였던 일본과 EU에 비해 한-미 FTA를 통해 관세 없이 수출하던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실질 관세부담 증가폭이 더 큽니다.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 현대자동차그룹


다만, 주요 경쟁회사들의 미국 내 판매량 중 멕시코와 캐나다산 비중이 30~40%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해당 지역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오히려 이득을 볼 여지도 있습니다.


현대차·기아는 강화된 제품경쟁력과 개선된 브랜드이미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2018년 7.1%에서 2024년 10.4%로 상승했으며, 2025년 상반기는 관세부담에도 불구하고 10.7%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메타플랜트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부품 조달 방식을 변경하여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함으로써 관세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메타플랜트는 처음에는 전기차만 생산하는 공장으로 발표되었으나,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및 트럼프 정부의 정책변화 등을 고려하여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기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약 71만대이나, 메타플랜트의 생산능력과 향후 확장까지 고려하면 생산물량을 최대 121만대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2024년 미국시장 판매량의 70%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