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선수 논란, 펜실베이니아대 토머스 기록 삭제 결정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가 지난 2일(한국시간) 트랜스젠더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의 경기 기록을 공식적으로 삭제하고, 토머스의 여자부 참가로 불이익을 받은 여성 선수들에게 사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생물학적 성별 기준의 스포츠 분리 정책'에 따른 조치로, 스포츠계의 성별 정체성과 공정성에 관한 논쟁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왔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자 종목 경기 참가를 제한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책 기조 아래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이번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논란의 중심이 된 리아 토머스의 경력
리아 토머스는 고교 시절 남자 경기에 출전해 텍사스주에서 상위권에 입상한 실력자였다.
2017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입학한 토머스는 2019년부터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성별을 여성으로 전환했고, 2021-2022시즌부터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의 기준을 충족시켜 여성부 수영 경기에 공식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2022년 토머스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NCAA 디비전1 자유형 종목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NCAA 디비전1 챔피언십 자유형 500야드에서 트랜스젠더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스포츠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많은 선수와 지도자들은 "남성 호르몬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며 토머스의 우승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토머스는 "운동 경기에서 우승하기 위해 성전환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국제 수영계의 대응과 법적 다툼
이 논란 이후 국제수영연맹(World Aquatics)은 규정을 강화해 출생 시 여성인 선수만이 여성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로써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국제 대회 참가가 사실상 차단됐다.
토머스는 2024년 국제수영연맹의 성별 정책이 부당하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CAS는 이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스포츠계에서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참가 자격에 대한 논쟁이 법적 영역으로까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는 이미 공식 홈페이지에서 토머스의 우승 기록을 삭제했으며, 토머스에게 패해 NCAA 디비전1 타이틀을 빼앗긴 여성 선수들의 기록을 복원하고 그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린다 맥마흔 미국 교육부 장관은 이번 결정에 대해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승리"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가 과거 여성에게 끼친 해악을 바로잡은 것을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는 토머스의 여자부 출전을 허가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연방 지원금 1억7천500만달러(약 2천376억원)를 삭감한 바 있어, 이번 결정이 재정적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